현대차 공장. 연합뉴스현대자동차가 1967년 자동차 산업에 첫 발을 내딛은 지 57년 만에 누적 차량 생산 1억대를 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현대차는 창립 1년 만인 1968년 11월 울산공장에서 1호 차량 '코티나'를 생산했으며 1975년 국내 최초 독자 모델 '포니'를 양산해 자동차 대중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힘입어 1986년 전 차종 10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10년 뒤인 1996년 생산 1000만대를 달성했고, 이후 튀르키예·인도·미국 앨라배마·체코 등 해외 공장에서의 차량 생산을 본격화하며 지난 2013년 누적 차량 생산 50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생산에 가속도가 붙었다.
현대차는 2015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 브랜드 N의 런칭에 이어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 5'와 인도네시아·인도 등 신흥 시장 공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로써 현대차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이어 올해 9월 마침내 누적 차량 생산 1억대 달성의 금자탑을 세웠다. 현대차는 이날 울산공장 출고센터에서 1억대 달성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1억 1번째 생산 차량인 '아이오닉 5'는 출차 세리머니를 마치고 생애 첫 차로 '아이오닉 5'를 선택한 20대 고객에게 인도됐다.
공격적 해외 진출과 기술 개발
정주영 선대회장은 "한 나라의 국토를 인체에 비유한다면 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그 혈관 속을 흐르는 피와 같다"며 1960년대 국토 재건·국내 도로 확충을 계기로 미국 '포드'와 제휴 협상을 거쳐 1967년 12월 현대차를 설립했다. 이듬해 현대차는 울산에 조립공장을 짓고 포드의 코티나 2세대 모델을 들여와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차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결단으로 독자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고, 임직원의 노력 끝에 프로젝트 착수 약 3년 만인 1975년 '포니'를 양산했다. 포니는 1976년 대한민국 승용차 최초로 에콰도르 등 해외에 수출됐으며 1986년 국내 첫 전륜구동 승용차 '포니 엑셀'이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 수출됐다.
현대차는 해외 생산거점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토대를 다졌다. 1997년 해외 공장 중 가장 오랜 역사를 보유한 튀르키예 공장 준공 이후 △인도 공장(1998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2005년) △체코 공장(2009년) △브라질 공장 (2012년) △인도네시아 공장(2022년) 등 세계 각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며 전세계 연간 약 500만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울산 EV 전용공장 △인도 푸네 공장 등 글로벌 사업장에 생산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100만대 생산 능력을 추가로 구축하고 있다.
누적 1억대 생산에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도 주효했다. 현대차는 1983년 두번째 독자 승용 모델 '스텔라'를 출시한 뒤 △쏘나타(1985년) △그랜저(1986년) △엘란트라(1990년) 등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모델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1991년에는 국내 첫 독자 엔진인 '알파엔진' 개발에 성공했고, 1994년에는 플랫폼부터 엔진, 변속기까지 자동차 생산의 모든 요소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자동차 '엑센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1996년에는 현대차 R&D의 산실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해 현대차의 신차 및 신기술 연구와 기술력 향상을 이끌고 있다.
타협 없는 안전과 품질
현대차는 "누적 차량 생산 1억대 달성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오랜 시간 현대차를 신뢰하고 지지해준 고객"이라고 밝혔다. 1999년 취임한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 경영'을 통해 차량의 품질이 기업의 근본적 경쟁력인 동시에 고객의 안전과 만족에 직결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2001년 양재본사에 '품질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품질과 관련된 세계 각국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실시간으로 접수 처리했으며 수집된 데이터는 현장 임직원들에게 모두 공유됐다. 또 불량을 대대적으로 줄이기 위해 글로벌 생산 공장마다 전수검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2004년 J.D.파워의 품질 조사에서 '뉴 EF쏘나타'는 글로벌 주요 브랜드의 간판 모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2015년 11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으로 결실을 맺었다. 제네시스는 정의선 당시 부회장이 초기 계획 단계부터 전 과정을 주도한 브랜드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며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 및 수익성을 향상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네시스는 출범 7년여 만인 2023년 8월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으며 전체 판매 중 해외 시장 비중이 40%를 상회하는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혔다.
현대차는 누적 생산 1억대 달성을 계기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또 한번의 혁신에 나서고 있다. 2020년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SDV 등 신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현대차를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신개념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인 'HMGICS'(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이곳에서 연구 및 실증한 AI, 로봇, 스마트 팩토리 등 혁신적 제조 플랫폼과 첨단 기술은 미국 조지아 'HMGMA'와 '울산 EV 전용공장' 등 향후 완공될 생산공장에 도입돼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은 "1억대 누적 생산의 성과는 창립부터 지금까지 현대차를 선택하고 지지해준 수많은 글로벌 고객이 있었기에 달성할 수 있었다"며 "현대차는 과감한 도전과 집요한 연구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로서 새로운 1억대의 미래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