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년 연속 수십조 단위의 세수 결손을 일으킨 정부가 올해 1~3분기 동안 한국은행에서 152조 6천억 원을 빌려 쓴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말 기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갚지 않은 잔액은 총 10조 5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1/4분기부터 3/4분기까지 9개월 동안 빌린 누적 금액을 계산해보면, 총 152조 6천억 원을 빌렸다가 142조 1천억 원을 상환했다.
이러한 누적 대출 규모는 과거 연도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아직 4분기가 남아있는데도, 이미 3분기 말 기준만으로도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일시 차입 규모(117조 6천억 원)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3분기 말까지 일시 차입 횟수도 75회에 달해 지난해(64회) 수치를 뛰어넘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지난 2020년에도 51회에 걸쳐 102조 원을 차입했을 뿐이다.
올해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만 1936억 원에 달한 것으로 산출됐다. 역시 지난해 연간 이자액(1506억 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일시 대출 이자율은 올해 1분기 3.623%, 2분기 3.563%, 3분기 3.543% 등으로 3% 중반대 고금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분기 0.601%까지 떨어졌던 이자율은 2022년 1분기 1%대, 같은 해 해 4분기 2%대, 지난해 1분기 3%대를 차례로 돌파하며 상승하는 추세다.
한은의 대(對)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제도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을 많이 사용할수록 돈을 쓸 곳(세출)에 비해 걷은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한 일이 잦다는 뜻이다.
임 의원은 정부가 극심한 세수 부족으로 공무원 월급을 지급하는 데 한은 일시 차입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12일까지 정부의 일별 차입 내역을 보면 전체 68회 중 26회(38%)가 공무원 월급 지급일 하루나 이틀 전에 차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기관별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월급 지급일 1~2일 전에 각 기관에 급여액을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정부가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시급한 예산 지출을 위해 한은의 일시 차입금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재부가 공무원 월급 지출 자금이 부족해 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월급을 조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