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고령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말실수가 예전보다 늘었고 횡설수설하는 경우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유거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천638명 중 40%가 '트럼프의 건강과 나이가 대통령직 수행을 상당히 제약할 것'이라고 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나이에 대해 우려하는 유권자는 7% 수준이었다.
이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화를 우려하는 유권자는 30% 안팎이었다. 그러나 고령 리스크로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20살 어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새로운 라이벌로 등장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잦아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실수가 고령 리스크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에 대한 비밀경호국(SS)의 경호 문제를 언급하며 "그것은 실질적으로 나를 죽이려 하는 북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맥상 이란을 북한으로 잘못 언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영화 '양들의 침묵'(Silence of the lambs)을 '입술의 침묵'(Silence of the Lip)으로, 샬러츠빌을 '샬러츠타운', 미니애폴리스를 '미니애나폴리스' 등으로 잘못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 자체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연설 시간은 2016년 평균 45분이었으나 현재 82분에 달한다. 8년 전과 비교해 그는 "항상", "전혀"와 같은 절대적 의미를 담은 단어를 약 13% 더 많이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노화의 징후로 판단했다고 NYT는 전했다.
또한 그는 2016년 당시 긍정적인 단어보다 부정적인 단어를 21% 더 사용했는데 현재는 32% 더 많이 사용했다. 이는 인지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라고 NYT는 짚었다. 그의 욕설 사용도 2016년 보다 69% 늘었는데, 이는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탈억제를 반영한다고 했다.
NYT는 "트럼프는 항상 산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연설은 더 거칠고, 더 길어지고, 덜 집중되며, 과거에 더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 일정도 전보다 줄어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선거 운동 기간 283차례 유세를 개최했으나 올해는 61차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