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오차드호텔에서 열린 제47회 싱가포르 렉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한중 관계에 대해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대중(對中) 관계에서도 상호존중과 국제규범 원칙에 입각한 공동의 이익 추구 차원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세계적 권위의 강연 프로그램 '싱가포르 렉처'에 강연자로 나서 '미·중 관련 대한민국의 정치적·정책적 고려사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은 우리의 자유를 방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유일한 동맹국가"라며 "대한민국 외교와 대외정책의 근간은 한미동맹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대해선 "북한을 도와 대한민국 국군·유엔군과 싸운 역사가 있다"면서도 "이런 과거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안보·경제·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가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미·중 경쟁과 관련 "원칙은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라는 틀 안에서 경쟁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차원의 규범 기반의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견인하는 건설적인 관여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신속·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며 "오해와 선입견, 정보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얻은 것에 기반해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직접 실무자와 당국자, 필요하면 고위급에서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대화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이 갈등과 위기를 관리하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8·15 통일 독트린이 북한에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북한에 위협은 전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통일 원칙과 비전은 자유·평화 통일"이라며 "어떤 무력과 물리력에 의한 강제적인 통일은 우리 헌법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주의 체제를 북으로 확장하는 일"이라며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더 공고히 하고, 북한 주민이 자유 통일을 갈망하는 여건을 조성하면서 대한민국의 통일이 국제사회에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공감대를 갖도록 연대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희는 이런 통일 의제를 꾸준히 실천해나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정을 올바로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은 대화를 거부하고 오로지 핵무기에만 매달려 전체주의적인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그래서 당장은 통일을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통일을 준비하고 이에 부합하는 행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상황의 변화와 기회가 왔을 때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