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개미 투자자는 424만 7611명(6월 말 기준)입니다. 전체 주식 투자자 1400만명의 30.3%에 달하는 수치니까, 주식을 가진 3명 중 1명은 삼성전자 주주인 셈인데요.
최근 코스피가 2500~2700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모습이지만, 유독 삼성전자는 더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지난 7월초 8만 8800원을 찍은 이후 30% 넘게 하락한 상황입니다.
iM증권 이웅찬 연구원은 7월 말부터 코스피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2700 초반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부진이 코스피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3분기 실적은 '어닝쇼크'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은 당초 14조원에서 10조원으로 눈높이를 크게 낮췄지만, 영업이익이 9조 1천억원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통해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밝혔는데요. 즉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엔비디아에 납품을 위한 품질 테스트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연합뉴스결국 AI 시대에 삼성전자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를 기록했습니다.
유안타증권 강대석 연구원은 "극단적인 사례로 현재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인텔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면서 "인텔의 경우 AMD와 같은 경쟁사에 밀린 뒤 만회하지 못하면서 시가총액도 역전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증권가는 현재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이 이미 바닥권이라고 진단합니다.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 모두 1배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신영증권 박상욱 연구원은 "악재는 충분히 밸류에이션에 반영됐다"면서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안타증권 강 연구원도 "이미 PBR 측면에서 최악을 겪고 있는 인텔(0.86)에 근접(0.94)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밸류에이션 회복 시점은 미지수입니다. HBM도 문제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살아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엔비디아로 HBM3E 공급이 늦어지고 있으며 파운드리 사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평균 대비 부진한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는데요.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의 지적은 더 날카롭습니다.
이 연구원은 "그렇게 다짐했던 HBM에서도 시장이 원하는 결과를 아직까지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던 파운드리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파운드리‧비메모리 사업부를 향해 "가혹하게 얘기하자면 삼성 비메모리 사업부의 상대적 성과는 2011년을 피크로 계속 뒷걸음질 친 셈"이라며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기간 동안 무려 90조원 이상의 금액이 투자됐다는 것이고,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투자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전략적 수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