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경기 이천시장. 이천시 제공"이천은 반도체의 본고장입니다. 미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과학고가 있어야 할 곳은 이천시입니다."
김경희(국민의힘·69) 경기 이천시장은 최근 과학고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천시에는 SK하이닉스 본사와 연구소가 있다. '반도체'는 '임금님표 이천쌀'과 함께 이천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다.
그럼에도 그에 걸맞는 교육환경 부재는 지역 주민들의 오랜 목마름이었다. 수도권 규제로 4년제 대학은 설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변변한 특목고나 자사고조차 없어 학생들과 청년들은 그동안 이천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김 시장은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로 '과학고 유치'를 꼽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갈증을, 기업에는 뛰어난 인재 공급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계획이다.
김 시장은 지난 7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천에 과학고를 유치하면 지역 간 교육 여건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에게 더 나은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적성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도체 인력 부족…과학고 유치로 해결
SK하이닉스. 이천시 제공이천의 미래 먹을거리는 '인재(人材)'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2031년 기준 국내 반도체 시장은 30만4천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2021년 기준으로 반도체 인력은 17만7천명에 불과하다. 2031년에는 5만4천여명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 연간 3천여명의 반도체 인력을 육성해야 부족분을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시장은 우선 부족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이천제일고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대림대학교와 제일고등학교 간 반도체 기술 아카데미 브릿지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또 현장 실무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한국세라믹기술원과 협의해 '반도체 인재 양성센터'를 세웠다.
나아가 과학고 유치를 통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시장에게 '과학고'는 첨단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연 협력체제라는 그림의 '마지막 퍼즐'이다. 산·학·연 협력체제가 완성되면 이천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이천에 미래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키울 교육기관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며 "이천시의 발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과학고 유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천시 떠나는 기업…'인재 공급'으로 잡는다
관내 기업체를 방문한 김경희 이천시장. 이천시 제공김 시장이 이처럼 과학고 유치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속사정이 있다.
이천시는 40년 간 수도권정비계획법과 팔당특별대책지역규제, 군사시설보호로 인한 규제, 자연보전권역 행위 제한 등 각종 규제로 고통을 받아왔다.
이러한 규제 탓에 기업들은 생산설비를 늘리지 못해 이천시를 떠났다. 현대엘리베이터, 칩팩코리아, 현대오토넷, 듀폰, CJ제일제당이천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전은 이천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1984년 설립 당시부터 이천시에 본사와 공장을 둔 현대엘리베이터는 기업이 커짐에 따라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증축하려 했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2019년 모든 시설을 충북 충주시로 옮기는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SK하이닉스의 생산설비 중 일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이전될 전망이다.
결국 김 시장은 기업에 '공간'이 아닌 '인재'를 제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 인재 공급으로 기업의 이탈을 막고, 더 나아가 유입을 촉진한다는 목표다.
그는 "이천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기업이 몰리는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며 "뛰어난 인재를 육성하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이천시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학고를 이천에"…광주·여주시도 응원
김경희 시장과 시민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23회 '이천쌀문화축제' 사전 홍보 행사에서 이천과학고 유치를 위한 결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천시 제공과학고 유치는 이천만의 염원이 아니다. 이천과 인접한 광주시와 여주시도 이천과학고 유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여주, 광주는 이천과 마찬가지로 각종 규제를 받으며 '규제 집중 벨트'로 불리고 있다. 또 이들 지역 모두 교육 시설, 학습 프로그램 부족으로 도시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달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세환 경기 광주시장과 이충우 여주시장을 만나 "이천에 과학고가 신설되면 인근 지역도 교육환경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천과학고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두 사람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이같은 지지에 힘입어 김 시장은 지난 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23회 '이천쌀문화축제' 사전 홍보 행사에서 이천과학고 유치를 위한 결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김 시장은 "과학고 유치는 22만 이천시민뿐 아니라 오랫동안 불합리한 규제 속에서 살아왔던 경기동부 지역 주민들의 희망사항"이라며 "완성도 높은 공모 제안서를 작성해 이천시에 과학고를 유치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남다른 이천쌀 사랑…이천쌀축제, 올해도 '역대급'으로 준비
지난해 열린 이천쌀축제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초대형 가마솥에서 2천인분의 쌀을 짓고 있다. 박철웅 PD김 시장은 이천시를 대표하는 '임금님표 이천쌀'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이천쌀을 주제로 열리는 '이천쌀문화축제'의 총괄을 담당하며 바쁜 일정 속에도 매년 새로운 아이디어와 의견을 내고 있다.
김 시장의 노력과 의지 덕분일까. 이천쌀문화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로컬100'과 경기도·경기관광공사에서 선정한 경기관광축제로 선정됐다.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이천농업테마공원에서 열리는 '제23회 이천쌀문화축제'는 명성에 걸맞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방문객을 맞는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눈여겨 볼 변화는 6년 만에 돌아온 '이천쌀밥 명인전'이다. 이천쌀밥 명인전은 전통 화덕에 장작불로 이천쌀밥을 지어 맛을 평가받는 대결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관내 읍·면·동에서 총 14명이 대결을 벌여 1명만이 이천쌀밥 명인의 영예를 안게 된다.
이와 대형가마솥에서 갓 지은 밥과 김치, 고추장을 비빈 비빔밥을 단돈 2천원에 즐기는 '이천명이천원가마솥밥', 600m길이로 뽑아내는 '무지개가래떡 만들기' 등 이천쌀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김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방문객들에게 이천쌀의 우수성을 직접 알릴 예정이다.
김 시장은 "이천쌀축제는 가을 수확에서 얻는 풍성함과 한국인의 정을 전하는 축제"라며 "읍면동 사회기관단체가 준비한 먹거리 마당에서 바가지없이 다양한 음식도 먹을 수 있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축제를 마음껏 즐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시장은 "이천시민이 이천에 산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뚝심으로 도전하는 시장, 언제난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는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