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관계자들이 14일 더불어민주당 김경지 후보(왼쪽 두번째)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다. 김 후보 캠프 제공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난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는 힘을 합쳐 '정권심판론'을 전개하고도 패한 야권에 큰 과제를 남겼다.
선거 초반 조국혁신당은 류제성 후보를 금정구에 공천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에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인천 강화군에 혁신당 후보를 내지 않을 테니, 부산 금정구는 류 후보로 단일화하자는 제안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전 논의 없는 일방적인 단일화 제안에 대한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당시 민주당은 금정구의원 출신 예비후보들이 하나둘 출마를 선언하며 내부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민주당 내부에선 아직 후보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혁신당이 단일화를 제안하는 건 상식적인 행보가 아니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민주당이 김경지 후보를 전략공천하자, 혁신당은 단일화 협상에 나오라며 민주당을 여러 차례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조국 대표가 김 후보를 "두 번 도전했다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후보"라고 표현해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여기에 양당이 이른바 '호남대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과도한 신경전과 감정싸움이 격해지기도 했다.
진통 끝에 양당은 이른바 '정권심판론'을 공감대로 단일화에 합의, 민주당 김경지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선거 막판 이재명 대표는 조국 대표에게 부산 금정 지원 유세를 부탁했고, 조 대표가 화답해 부산을 찾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하지만 양당의 합동 공세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22.07%p 차 낙선이라는 참패로 끝났다.
지난 3일 부산 금정구 모처에서 단일화 방식에 합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 김경지 후보, 조국혁신당 류제성 후보, 유대영 혁신정책연구원 정책부원장(왼쪽부터). 민주당·혁신당 부산시당 제공부산 금정구가 전통적으로 보수 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선거전 중후반까지 '박빙' 관측이 나오던 곳에서 양당의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차기 지방선거에서 양당이 각각 후보를 내 단일화가 필요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큰 만큼, 야권 입장에선 국민의힘에 맞설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민주당과 혁신당의 '단일 대오'는 적어도 부산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정권이 넘어가는 데 중요한 빌미를 제공한 조국 대표가 판을 주도하는 모습에 보수층은 더 강하게 결집했고, 중도나 약한 보수층도 불편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차기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민주당은 이번에 혁신당과 단일화 없이 판단을 유권자 선택에 맡겨야 했지만, 단일화하는 바람에 모든 패배 책임을 이재명 대표가 지게 됐다"며 "다음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양당은 이번보다 더 엄청난 싸움을 벌일 것이며, 민주당으로선 남은 기간 혁신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가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