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관련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3기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서)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와 별개로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15일 준감위 2023년 연간 보고서 발간사에서도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밝혔다.
준감위는 삼성이 현재 대내외적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만큼 컨트롤타워 재건과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시급하다고 보고,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며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삼성은 현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내 최대 기업이지만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 경험하지 못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부심과 자신감 약화, 인재 영입 어려움과 기술 유출 등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3기 준감위에서 컨트롤타워 재건이 마무리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어떤 사안에 있어서 준감위가 정말로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지만, 위원회나 삼성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재용 회장과 회동 여부'에 대해서는 "더 중요한 일이 많고, 그것들을 (이 회장이) 먼저 하셔야 하지 않겠느냐"며 짧게 답했다.
다만 재계 안팎에선 삼성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검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데 계열사는 다르지만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는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어 법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도 삼성이 현 시점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검토하지 않는 배경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기소 3년 5개월 만인 지난 2월 5일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결했지만 검찰의 항소로 현재 2심 재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