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대형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 모두 본점이 아닌, 새롭게 출점하거나 재단장한 한강 이남 점포에서 최고 매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흥 부자들의 강남 이동에 따른 상권 변화, 백화점 규모의 차이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세계 강남점, 롯데 잠실점, 현대 판교점 '1등'
20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백화점 신세계, 롯데, 현대 모두 본점보다 한강 이남에 위치한 점포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의 경우 올 상반기 명동 본점이 5797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강남점은 1조6593억원으로 3배가량 더 벌어들였다. 특히 강남점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3%나 신장해 본점(4%)보다 성장성 면에서도 앞섰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전국 백화점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롯데 역시 매출 1조4795억원을 기록한 잠실점이 소공동 본점(1조96억원)을 앞섰다. 성장률도 잠실점이 12%로 본점(2.6%)보다 월등히 높았다. 소공동 본점은 특히 롯데그룹 내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생전에 신격호 명예회장의 집무실도 잠실 롯데호텔이 아닌, 롯데백화점 본점 인근에 있는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이었다.
현대 역시 압구정동 본점(6018억원)보다 2015년 8월에 오픈한 판교점 매출(8525억원)이 더 높았다. 여기에 최근 여의도 주말 상권을 책임지고 있는 더현대서울의 올 상반기 매출도 6016억원으로 본점을 위협하고 있다.
강남 상권 발달, 팝업 등 다양한 볼거리 영향
업계에서는 신흥 부자들의 강남 이동, 그로 인한 상권 변화 등이 '본점 추월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서울 유통의 중심이 남대문시장이었다 보니 명동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발했다면 이제는 잠실, 반포 등 한강 이남 지역이 워낙에 커지면서 상권이 이동한 탓이 크다"며 "특히 전통 부자들이 과거 강북에 몰려있던 것과는 달리, 최근 그들의 자녀 등 신흥 부자들이 강남을 선호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 본점들이 시의 인·허가 문제 등으로 증축을 하지 못하는 사이 한강 이남에 초대형 규모의 백화점들이 들어선 점도 매출 격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평효율, 즉 평당 매출 때문에 그런 것인데, 이제는 백화점도 사이즈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규모로 매출이 결정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본점이라고 해서 무조건 1등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백화점 3사 본점 모두 국내 백화점 규모 상위 10개 점포에 포함되지 못했다. 신세계는 센텀시티점(6만34평·1등)과 강남점(2만6160평·9위)이, 롯데는 잠실점(3만1천평·3위)과 동탄점(2만8400평·4위)이, 현대는 판교점(2만8005평·6위)과 여의도 더현대(2만7천평·7위)가 순위 안에 들었다.
팝업스토어 등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점포들을 찾는다는 고객들의 목소리도 많았다.
지난 17일 롯데 잠실점에서 만난 손모(51)씨는 "새로 오픈하는 백화점들이 훨씬 트렌디하게 나아가고 있고, 다른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모(30)씨도 "팝업과 같은 행사가 많고 입전된 브랜드들이 다양해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유동인구, 신규 입주민 등 공략하는 백화점
'형보다 나은 아우' 현상이 이어지다 보니 최근 '체험'을 중시하는 백화점 행사도 한강 이남 점포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신세계 강남점, K패션 런웨이 '캣워크 페스타' 개최. 신세계백화점 제공신세계 강남점은 이날까지 K-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 '에스팀(ESteem)'과 손잡고 '캣워크 페스타(C.at Work Festa)' 행사를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돕기 위해 강남점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정문 앞 광장, 경부선터미널, 스위트파크)을 행사장으로 꾸몄다고 밝혔다.
잠실점 신규 오픈 브랜드 '까시나'. 롯데백화점 제공롯데 잠실점도 다음달 말부터 인근 강동구 둔촌동에 입주하는 약 1만 2천세대를 겨냥해 '프리미엄 리빙' 상품군을 강화한다. 잠실점 10층 리빙관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대규모 신규 입주 수요를 잡겠다는 각오다. 실제 지난달부터 잠실점의 리빙 상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급증했다고 롯데백화점 측은 소개했다.
16일 더현대 서울 5층 디즈니스토어에서 직원들이 펫 전용 신상품을 소개하고 있다.현대백화점 역시 디즈니스토어 전국 6개 매장(판교점·천호점·더현대 서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스페이스원·대전점)에 디즈니스토어 펫(pet) 컬렉션 26종을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하는 상품의 사이즈는 4종(S·M·L·XL)으로 몸무게 기준 최대 9.5kg의 소형견까지 착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