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 내부에 전시된 차량. 윤준호 기자"헤리티지(Heritage·유산)가 미래를 창출한다."
마르쿠스 브라이트슈베르트 메르세데스-벤츠 수석 부사장은 벤츠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최고의 가치를 이뤄내는 밑거름으로 '헤리티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성공을 창출하는 철학이 벤츠를 오늘날의 위치까지 견인했다는 얘기다. 헤리티지야말로 1886년 첫 특허 차량부터 현재까지 벤츠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셈이다.
클래식 센터에서 복원 중인 차량. 윤준호 기자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 펠바흐 지역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는 이같은 벤츠의 헤리티지가 집약된 곳이다. 지난 1993년 '메르세데스-벤츠 올드 타이머 센터'라는 이름으로 개장해 1996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클래식 차량의 부품 교체와 수리 작업이 센터의 주요 활동이다. 펠바흐 이외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지역에서도 클래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직접 마주한 벤츠 클래식 센터는 헤리티지의 단순한 '보존' 그 이상이었다. 사소한 부품 하나하나까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벤츠가 직접 그리고 과거의 방식 그대로 제작해 클래식 차량을 복원하는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수리부터 유지·보수·복원까지 모든 과정이 차량 고유의 헤리티지를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았다. 현지 벤츠 관계자는 "마지막 볼트 하나까지 완벽하게 복원해서 수십년 전 출고 당시 그대로의 모습을 구현한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 내부에 전시된 차량. 윤준호 기자실제 센터에서 복원을 진행중인 클래식 차량 중에는 1900년대 초 레이스 대회에 참가한 차량도 있었다. 복원을 끝내면 다음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레이싱 대회에 출전한다고 한다. 무려 12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헤리티지다.
이는 그만큼 헤리티지를 내재화한 벤츠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Best or nothing)라는 벤츠의 사명감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단면이기도 하다. 벤츠 관계자는 "차량과 부품마다 아카이브를 갖춘 덕분에 클래식 차량의 완벽한 수리·복원이 가능하다"며 "이 부분이 다른 브랜드의 클래식 차량 관리와 차별화되는 벤츠만의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 전시된 초창기 벤츠 모델. 윤준호 기자센터는 벤츠 클래식 차량을 보유한 고객이라면 누구나 차량을 맡길 수 있다. 국가나 지역을 막론하고 전세계에서 차량들이 입고된다. 규모는 상당하다. 고객 차량뿐 아니라 벤츠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클래식 차량만 1200여대에 달한다. 상주하는 기술자는 총 40명이다. 이전까지는 비공식적으로 주문을 받았지만, 올해 7월부터는 5명의 컨설턴트를 고용해 판매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클래식 센터가 헤리티지의 집약이라면 벤츠 박물관은 헤리티지의 '파노라마'였다. 과거 1886년 칼 벤츠가 만든 전세계 첫번째 자동차를 시작으로 벤츠의 140년 역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지난 2006년 슈투트가르트에 개장한 이래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만 1300만명을 넘어섰다. 그중 65% 이상이 외국인이다. 총 9층 규모의 박물관에는 약 160대의 차량과 1500여개의 전시품이 마련돼 벤츠의 어제와 오늘을 고스란히 소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윤준호 기자누군가는 유별나다고 할 수 있는 벤츠의 헤리티지 사랑은 이제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너나 없이 쫓아가는 트렌드로 퍼졌다. 자동차 하나를 만들더라도 그 속에 역사를 담아야 한다는 인식이 차츰 커지고 있다. 헤리티지 없는 브랜드는 결국 살아남더라도 '알맹이 없은 껍데기'로 전락한다는 위기 의식도 강해지는 추세다.
마르쿠스 브라이트슈베르트 수석 부사장은 "누구나 실패를 겪고 실수를 한다. 벤츠도 위기를 겪었지만 계속해서 이를 극복하며 돌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며 "항상 개선하고 최고의 것을 이뤄내려는 노력, 그 헤리티지가 벤츠의 출발점이자 벤츠를 움직이는 힘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