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은 검이 무거워서 정성일과 액션 연기 도중 실수로 많이 때렸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이를 지켜본 강동원도 정성일 입에서 헉 소리가 났다며 몸이 두 동강 나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정성일도 "갑옷 때문에 아프지는 않았다"며 "미안하다고 하고 일관되게 때리더라"고 웃었다. 넷플릭스 제공쉽지 않았다. 배우 박정민에게 있어 첫 사극에 첫 검술 연기였다.
검마저 무거워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 번 크게 휘두르면 멈추기 어려울 정도였다. 검술 액션으로 인정받는 배우 강동원도 박정민의 검이 유독 무거웠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7년이라는 세월의 시간을 계산하고 연기를 했어야만 했다. 박정민이 이종려 역에 대해 매 순간이 어려웠다고 말한 이유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정민은 "내 앞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연기하면 되는데, 커다란 사건들이 갑자기 훅훅 들어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종려의 감정 표현이 부족하면 전체 밸런스가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더 증폭시켜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촬영이 거듭될수록 이 영화에 맞는 연기가 나왔던 거 같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검술 연기를 언급했다. 박정민은 "7년 만에 만난 천영(강동원)과 싸울 때 예전보다 대등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면서 "종려의 검술은 울분이 담겨 있고 감정에 실린 칼사위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며 액션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첫 사극 도전…"선배님 연기 보며 찐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전,란'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전후 상황을 다룬 영화다. 왜군의 기습으로 선조(차승원)가 백성을 두고 도망치는 가운데, 백성들이 스스로 목숨을 걸고 왜군과 싸운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다. 조선 최고 무신 가문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은 신분을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지만, 결국 적으로 만나기에 이른다. 넷플릭스 제공첫 사극 도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전통 사극풍의 연기를 해볼 좋은 기회였다"며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하 이덕형을 연기한 배우 조한철의 모습을 보고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다고도 한다.
그는 "내가 아무리 사극톤으로 연기를 한다 해도 선배님의 모습을 못 따라가겠더라"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렇게 하면 진짜 찐이더라, 조선시대 사람 같았다"고 감탄했다.
김상만 감독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박정민은 "제가 연기하면서 뭔가가 잘 안 풀리거나 연기하기 어려울 때 감독님에게 말씀드리면 (그 자리에서) 그냥 펑펑 웃으시기만 한다"며 "이후 카메라 앵글이 수정된다든지, 대본이 수정된다든지 제가 걱정했던 것들이 다 해결돼 있더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말로 한다기보다는 감독님께서 듣고, 생각하고, 바꿔서 보여주시니까 그만 찡찡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연출을 하실 때가 있으셨다"며 "촬영하면서 번뜩이는 분이시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박정민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봤을 때 자신이 찍은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며 결과에 대해 만족스러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편집의 속도감이나 음악, 컴퓨터 그래픽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제가 예상했던 경계선을 벗어났다. 사람은 역시 자기 경험 안에서만 상상하더라. 작품이 굉장히 좋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의병이 나온) 영화의 절반은 현장에서도 못 봤기에 작품을 즐기면서 본 거 같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다가온 거 같다"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과 인연 밝혀…출판사 차린 사장님
박정민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대본을 봤을 때 우아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소설 같아서 배우들이 연기하기가 편하게 쓰여 있다"며 "'전,란' 역시 소설책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박찬욱 감독님 대본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박정민은 영화 '전,란'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님이 영화 '시동' '변산'에서 나온 제 모습을 좋아하셨다는 거에 놀랐다"며 "그런 영화를 안 보실 거 같지 않느냐. 집에서 사모님하고 같이 보셨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영화를 좋아한다는데 왜 '헤어질 결심'에서 홍산오 역을 줬는지라고 생각했다"며 "헤어질 결심에서 연기가 나쁘지 않았는지 단편 영화인 '일장춘'몽에도 출연시켜 주시고 '전,란'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웃었다.
쉴 틈 없이 작품을 찍는 박정민이지만, 정작 본인이 나온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막 다시 보기 시작한 영화가 '동주'라고 고백했다.
그는 "'타짜: 원 아이드 잭' '변산'까지도 못 갔다. (다시 보면) 마음만 아파지더라"며 "제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 다시 보는 편"이라고 밝혔다.
박정민은 본업인 배우에 이어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1인 출판사 사장으로 사는 삶에 대해 "저를 믿고 원고를 맡기다 보니까 책임감이 생겼다"며 "제가 그냥 글만 썼을 때와는 또 다르더라. 책이라는 게 글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가 들어가는 것을 알았다"며 "저한테 온 작가의 원고를 어떻게든 잘 포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배우가 주어진 이야기 안에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면 출판사의 경우 제가 포장지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재미있고 행복해지더라"고 말했다.
새벽에 뉴스레터 신청도…"내년엔 꼭 휴식"
배우 박정민은 어린 천영과 종려 역을 맡은 아역 배우들도 언급하며 고마워했다. 그는 "어린 천영 역을 맡은 진재희는 제가 찍었던 단편 영화에도 나온 배우라 알고 있었다"며 "어린 종려 역을 맡은 이윤상은 모진 데가 없을 정도로 순수한 아이더라. 어디서 데려왔나 싶었다"고 말했다. 샘컴퍼니 제공그는 자제력이 약해지는 새벽 시간에 충동적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작품을 쓰는 것은 물론, 문학동네 뉴스레터 연재도 새벽에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박정민은 "시에 관한 뉴스레터여서 평소 시도 잘 안 읽는데 시도 좀 읽게 됐다"며 "잘 모르겠다고 쓰는 것 자체도 재미있더라"고 전했다.
내년에는 마음먹고 쉬겠다는 박정민. 그는 휴식을 취하며 본인을 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번 썼던 표정을 계속 쓰거나 썼던 말도 계속 쓸 수 없으니까 살펴보려고 해요. 하다못해 제가 저한테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잘 모르니까요. 내가 누구랑 만났을 때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이런 거를 살펴보고 싶더라고요. 그런 걸 너무 무시하고 살았던 거 같아서 이번에 한번 브레이크를 걸어보려고 해요."
한편 지난 11일 공개된 영화 '전,란은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차지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카타르, 대만 등 7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총 74개 국가에서 톱10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