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를 채취하는 선박 모습.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독자 제공인천 옹진군이 바닷모래를 과다 채취해 골재채취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업체에게 변상금을 부과했지만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바닷모래 채취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관리업체의 처벌 사실도 모른 채 방치한 데다 뒤늦게 청구한 변상금마저도 받을 수 없게 돼 '허수아비 관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옹진군, 바닷모래 과다채취 변상금 소송서 1심 패소
26일 인천 옹진군 등에 따르면 옹진군은 최근 해사 채취업체 성진해운이 제기한 '변상금부과처분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해 항소했다. 해당 업체가 허가받은 규모를 초과해 바닷모래를 채취한 것을 확인해 변상금을 부과한 것인데, 법원은 '소멸시효'를 주장한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옹진군은 올해 1월 해당업체에 30억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이 업체들이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허가받은 양보다 87만㎥ 많은 바닷모래를 채취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반발한 성진해운은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된 변상금 소멸 시효인 '5년'이 지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옹진군은 변상금 소멸시효의 기준을 '인지한 시점'으로 봐야한다며 대응했다. 1심 법원은 바닷모래 채취 행위를 소멸시효 기준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위반업체, 83만㎥ 모래 채취 허가받고 87만㎥ 더 퍼와
성진해운은 2014년~2017년 옹진군으로부터 인천 앞바다에서 바닷모래 83만7320㎥ 채취를 허가받은 뒤 모래운반선에 바닷모래를 과다적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87만8000㎥를 과다채취하다가 해경에 적발됐다.
성진해운이 소유한 모래채취선이 1차례 출항했을 때 퍼올 수 있는 분량이 2420㎥인 걸 감안하면 360차례 몰래 출항해야 가능한 규모다. 관리·감독기관인 옹진군이 아예 관리에 손을 놔야 가능한 수준이다.
이에 2021년 7월 인천지법은 골재채취법 위반죄로 기소된 당시 성진해운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지난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성진해운 외에도 또 다른 바닷모래 채취업체인 삼표산업과 한국소재 등도 연루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동안 인천 앞바다에서는 바닷모래 채취업체들의 과다·불법 채취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성진해운처럼 그 수법이 명확히 드러나 법원 판결로 이어진 건 1993년 당시 안대희 인천지검 특수부장이 인천지역 해사채취업체 대표 4명을 골재채취법 위반 및 세금 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한 이후 처음이었다. 이 사실은 지난해 11월 CBS노컷뉴스(관련 기사:
[단독]인천 앞바다 모래 업체, 형사처벌도 무시하는 '배짱 채취')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당시 바닷모래 채취업체들은 1990~1993년 사이 각각 2년에 걸쳐 허가량보다 58만~150만㎥를 과다채취하고 세금 4억2000만~9억2000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형사처벌 받았지만 오히려 추가 채취 허가
그러나 옹진군은 성진해운 대표 등이 형사처벌을 받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당시 옹진군 관계자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재판 결과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옹진군은 지난해 성진해운을 비롯해 삼표산업과 한국소재 등 바닷모래 과다 채취업체들에게 2028년까지 5년간 바닷모래 채취를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러다가 관련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올해 초 성진해운에게 변상금을 부과했는데 이마저도 받기 어렵게 된 것이다.
옹진군은 항소를 통해 다시 한번 법원에 호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