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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사망' 운전자 무죄→유죄…엇갈린 판결 대법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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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발진 사망' 운전자 무죄→유죄…엇갈린 판결 대법원으로

    대전법원종합청사. 김정남 기자대전법원종합청사. 김정남 기자
    차량 급발진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운전자에게 지난해 6월 법원이 이례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후 이어진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운전자에게 유죄가 선고되며 또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은 차량 결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반면 2심은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뒀다.
    피고인 측이 바로 상고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가속' 원인 두고 엇갈린 주장

    지난 2020년 12월,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교에서 보도블럭 턱을 올라타고 광장으로 들어온 승용차에 60대 경비원이 치여 끝내 숨졌다.
     
    검찰은 운전자인 50대 A씨가 가속장치와 제동장치 등을 정확하게 조작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지만, A씨는 차량 결함으로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이른바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A씨의 차량이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우회전하는 도중 가속이 시작돼 주차 정산소 차단 막대, 보도블럭과 연이어 부딪치는 장면이 담겼다. 보도블럭 턱을 오른 차량은 광장에 진입하자마자 큰 원형 화분과 부딪쳤고 이후 피해자를 충격했다.
     
    A씨의 차량은 피해자를 치고도 멈추지 않고 보도블럭과 가드레일, CCTV 카메라와 차단봉 등과 부딪친 뒤 서서히 속도가 줄면서 멈췄다.
     
    교통사고분석서에 따르면 가속이 시작되기 전 차량 속도는 시속 10.5㎞였는데 우회전을 하던 중 갑자기 속도가 시속 37.3㎞, 45.5㎞, 54.1㎞, 63.5㎞로 증가했으며 시속 68㎞로 피해자를 충격한 뒤 시속 68.3㎞의 속도로 보도블럭과 가드레일을 충격한 이후에서야 속도가 줄어들었다. A씨의 차량은 가속이 시작되고 보도블럭과 가드레일을 부딪치기까지 13초간 고속 주행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1심, 운전자 '무죄' 판단 이유는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약 13초 동안 보도블럭, 화분을 충격하면서도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계속 밟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과실을 범하는 운전자를 쉽게 상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하려고 방향을 튼 점 등을 토대로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이 같은 주행을 하지 않았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만일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다면 차량을 정지시키기 위해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을 것인데, 가속페달을 완전히 밟았을 경우를 100%로 산정했을 때 당시 피고인이 밟은 양은 50% 이하로 계산됐다"며 "이와 같은 계산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이 착각해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도 밝혔다.
     
    가속이 되는 중에도 여러 차례 차량 브레이크등이 점등된 점, 반면 차량이 감속해서 정지할 때는 차량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고 감속이 천천히 이뤄진 점 등도 차량 결함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가속장치,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지 못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들고,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운전자 무죄→유죄로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에서 차량 결함을 의심할 수 있는 근거로 본 가속페달을 밟은 양, 브레이크등의 점등 부분 모두 운전자가 잘못 운전했을 때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전문심리위원의 의견 등을 2심 재판부는 받아들였다.

    브레이크등의 점등과 관련해, 2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9차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데 지속시간이 0.033초~0.099초에 불과하다"며 "운전자가 아무리 빨리 브레이크페달을 밟았다 떼더라도 0.1초 이하로 점등과 소등을 반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피고인이 브레이크페달을 밟은 것이 아니라 차량 충돌에 따른 가속력과 관성력에 의한 브레이크 스위치 오작동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또 감속 과정에서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은 것은 충돌 과정에서 피고인의 발이 가속페달에서 떨어져 자연스럽게 차량이 감속했다고 볼 가능성이 충분하며, 가속 또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이뤄지는 통상적인 가속으로 보일 뿐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격한 가속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힘껏' 밟지 않은 것 또한 1심에서는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은 것이 아니라는 근거로 본 반면, 2심에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페달을 밟을 때는 가속페달을 밟을 때와 같이 힘껏 계속 밟는 것이 아니라 한번 밟았다가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발을 떼고 다시 밟기를 반복하게 된다"며 달리 판단했다.

    사고 직후 이뤄진 국과수의 차량 감정 결과 사고 차의 제동장치와 가속장치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으로 확인된 점, 급발진 사고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징(스키드마크, 요마크 현상, 가속타이어 자국)이 이 사고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 역시 운전자 과실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으로 2심 재판부는 봤다.

    대전지법 제3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는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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