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27일 당 본부에서 발언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일본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들이 27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대거 낙선했다. 이번 총선이 '심판 선거'였음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28일 4시 현재 NHK가 정리한 중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출마한 스캔들 연루 의원 46명 중 62%인 28명이 낙선자(낙선 확실 포함)로 분류됐다.
46명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여론이 심상치 않자 공천을 주지 않아 무소속으로 출마한 10명과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지 않은 34명, 비자금 스캔들 때문에 훨씬 전에 탈당한 2명이며 대부분은 옛 아베파다.
낙선자에는 다카기 쓰요시 전 국회대책위원장,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다케다 료타 전 총무상 등 유력 정치인들도 포함됐다.
다만나 마쓰노 히로카즈 전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고이치 전 문부과학상, 세코 히로시게 등 18명은 당선자(당선 확실 포함)로 분류됐다.
연루 의원 중 당선자 비율은 39% 수준으로 전체 자민당 입후보자(342명)의 경우 62% 이상이 당선된 데 비해 훨씬 낮다.
일본 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27일 당 본부에서 선거에 승리한 후보들의 이름을 보여주는 동안 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결국 자민당이 15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데에는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심판 여론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자금 스캔들은 자민당의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자민당은 지난 4월 대부분이 옛 아베파인 연루 의원 39명을 자체 징계했다. 그러나 과거 록히드 사건, 리크루트 사건 등 대형 부패 사건으로 파벌과 금권 정치 이미지가 강한 자민당에서 터진 이번 스캔들은 유권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연루 의원들의 당락은 대부분이 옛 아베파라는 점에서 당내 역학 관계에도 향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옛 아베파가 많이 줄어들면 앞으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상대로 압박을 가하며 후임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당당상에게는 세력 확보에 불리한 요인이 된다.
이시이 게이이치 공명당 대표. 연합뉴스한편, 이번 총선에서는 연립 여당 공명당의 이시이 게이이치 대표도 낙선했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해 오다 수도권인 사이타마 14구에 출마했지만 국민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공명당 대표가 낙선한 것은 자민당·공명당이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공명당은 지역구 11곳에 후보를 냈으나 4명만 당선됐다. 이시이 대표는 비자금 문제에 휘말린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한 것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