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경찰서에서 31일 새벽 1시 15분쯤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검거된 불법체류 신분 외국인 20대 남성 A씨가 도주했다. 김수진 기자불법 도박 혐의로 붙잡힌 베트남 국적의 불법체류 외국인이 수갑을 찬 채 경찰서에서 도주해 경찰의 피의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새벽 1시 15분쯤 광주 광산경찰서 앞마당. 전날인 30일 밤 11시 50분쯤 광산구 도산동 일대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 11명의 베트남 국적 외국인들이 현행범 체포돼 수갑을 찬 채 이송됐다. 상습적으로 도박 행위를 한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경찰은 경찰서 입구 경비초소를 지나자마자 순찰차를 세우고 문을 열었다.
순찰차에서 내린 왜소한 체형의 불법체류자인 20대 A씨는 팔짱을 끼려던 B파출소 소속 경찰을 갑자기 거세게 밀쳤다. A씨는 바리케이드 하나 없는 입구를 지나 빠르게 오른편 내리막길로 사라졌다. 경찰은 A씨를 뒤따라갔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
도주한 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CCTV에서 A씨의 마지막 모습은 뒷짐을 진 채 찼던 수갑을 앞으로 돌린 상태였다.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광산경찰서는 현재 인근 야산 등을 합동수색하고 있으나 14시간째 A씨의 행방이 묘연하다.
경찰은 검거한 10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불법 도박 혐의를 수사하는 한편 CCTV 등을 토대로 A씨를 추적하고 있다. 또 당시 피의자들을 검거한 경찰을 상대로 피의자 도주 방지 절차 준수 여부도 살필 방침이다.
광주 광산경찰서에서 도주한 20대 불법체류 외국인 남성 A씨가 도주한 경로. 김수진 기자
체포한 불법체류 외국인을 경찰서 앞에서 놓치는 일이 광주전남에서 2주 만에 또다시 벌어진 것이다. 지난 16일에는 전남 나주경찰서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된 태국 국적의 불법체류자가 순찰차에서 내리던 중 경찰관을 밀친 뒤 달아났다. 당시 피의자는 10시간 만에 검거됐다.
지난 17일 경찰청은 '피의자 도주 관련 긴급 영상 회의'를 진행해 시·도경찰청에 체포·구속 피의자의 도주 방지 절차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관리 소홀 등으로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도주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 내부에서는 지역경찰이 검거 후 피의자 관리를 더 철저하게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는 도주하려는 심리가 강해 더 철저하게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광주지역에서만 총 5건의 범인 도주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2건이 발생했고 올해는 1건으로 집계됐다. 범인 도주 규모가 가장 큰 사건은 2023년 6월 광주 광산구의 한 지구대에서 벌어진 베트남 국적 외국인 집단 탈주극이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해 6월 11일 새벽 3시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의 한 주택가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베트남 국적 외국인 23명을 검거했다. 당시 경찰은 용의자들에게 수갑도 채우지 않은 채 지구대 회의실에 대기하도록 했다가 이중 10명이 창 틈으로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