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먼저 첫 번째 소식입니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에 얼마나 진심일까."◆ 홍종호> 상당히 의미심장한 제목입니다. 오늘 첫 주제 정부 예산안으로 들었어요. 어떤 얘기인가요?
◇ 최서윤> 국회가 국정감사 끝내고 예산 정국으로 들어섰죠.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11년 만에 불참하고 국무총리가 대독해서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정부가 내년에 세수가 얼마나 들어올 걸로 예측을 한 후 지출 계획을 내고 국회 심의를 받는 과정이 있습니다. 8월 말에 발표해서 국회에 제출을 했고요. 이제부터 국회의 시간입니다. 지난주 10월 31일 공청회를 통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개시했고요. 원래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 회계연도 시작하기 30일 전인 12월 2일이에요. 근데 이게 잘 안되고 있죠. 올해 예산안도 원래 작년 12월 21일에 처리됐어요.
여기다 변수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 주도로 예산안 본회의 자동 부의 폐지 법안이 통과된 겁니다. 예산안 본회의 자동 부의는 국회가 심의를 너무 오래 끈다고 해서 2014년에 국회 선진화법 일환으로 국회 심의가 다 안 끝나더라도 12월 1일 본회의에 무조건 상정하도록 한 그런 법안인데요. 이걸 안 하면 국회 심의 권한이 앞으로 더 강해지겠죠. 다음 주 14일 본회의에서 이 폐지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고요. 이걸 당장 올해 적용할지, 내년부터 적용할지 치열한 논의 중입니다.
◇ 최서윤> 어쨌든 앞으로 국회가 한 달 이상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사업은 증액이 되고 어떤 사업은 감액이 되고 어떤 사업은 없던 게 끼워 넣어지는 그런 사업도 있잖아요. 이 과정에서 뭐가 바뀌는지 지켜보는 것도 연말 예산 정국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홍종호> 그렇죠. 앞으로 한 달간은 예산이 언론의 주요 이슈가 될 것 같아요. 우리 프로그램은 기후 관련 예산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내년도 회계연도에 대해서 정부가 얼마나 기후 문제 해결의 진심인지 얘기해 주시면 좋겠어요. 결국은 국정 철학이 예산을 통해 반영되는 거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 최서윤> 맞습니다. 돈을 어느 사업에 얼마나 쓰는지를 보는 거죠.
◆ 홍종호> 사실은 그게 다죠.
◇ 최서윤> 네. 바로 그게 진심이잖아요.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관련해서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편성하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여러 개가 있더라고요. 저는 그중에서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안'이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안은 정부가 예산안을 짜면서 내년에 펼칠 사업들 중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기여할 만한 사업들을 추린 거예요. 2015년 파리협정으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을 수립하고 다듬어 왔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를 잡았기 때문에 관련 사업을 추진해야 되고 예산안을 짤 때도 염두에 두게 된 겁니다.
◇ 최서윤> 이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안은 2021년에 탄소중립 기본법이 통과되고 2022년 3월부터 시행됐어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안을 별도로 작성하고 결산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건데요. 2022년 3월 시행됐으니까 2023 회계연도부터 반영됐어요. 예산안을 짠 건 이번이 세 번째고 결산은 올해 처음으로 했습니다. 모두 현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비교군이 있다기보다는 이제 막 시행하는 제도로 보시면 됩니다.
◆ 홍종호> 이제 막 시작하는 새로운 제도라는 건데요. 결국 앞으로 개선할 면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최서윤> 일단 이번 예산 정국 앞두고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예산안 관련 분석 보고서를 낸 게 있어요. 그중에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안 관련 보고서를 길게 낸 게 있어서 참고했고요. 국가 재정 감시하는 나라살림연구소 분석도 참고했습니다. 더 관심 있는 분들은 보고서 더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요. 내년도 정부 지출 계획 677조 4천억 원 중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걸로 인지된 사업의 예산안은 기금 운용 계획을 포함해 12조 526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전체 예산의 1.7% 정도로, 비중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늘리고 있습니다. 올해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이 10조 8776억 원이었거든요. 전년 대비 1조 1750억 원 한 10.8% 증액된 셈입니다. 전체 예산 지출 증가율이 한 3% 조금 넘으니까 꽤 증가한 편이고요.
◇ 최서윤> 사업 수는 작년 294개에서 올해 311개로 17개 늘었습니다. 부처별로 보면 환경부가 5조 2천억을 가져가요. 제일 많이 쓰고요. 그다음에 산업통상자원부가 3조 1천억 원을 씁니다. 이 두 부처만 조 단위로 예산이 편성이 돼 있고 나머지는 중기벤처부 9980억 원, 국토교통부 6690억 원 등등 순으로 내려갑니다.
근데 우리가 이런 사업을 할 때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 NDC 목표에 맞춰서 하거든요. 그러면 어느 부분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지 이런 걸 따져서 부문별로 나눈 거예요. 부문별로 에너지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물, 폐기물, 탄소 포집 저장 등등 부문별로 살펴볼 수가 있는데요. 이 기준으로 따져보면 내년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 12조 원 중의 4조 원, 3분의 1이 어디에 투입되냐면 수송 부문 배출 저감에 투입됩니다. 그다음에 비중이 큰 게 2.8조가 산업 부문 배출 저감에 투입되고요. 그다음에 건물 부문에 1.3조 한 11%, 에너지 전환의 1.1조 9% 순으로 배정됐습니다.
◆ 홍종호> 보면 수송 부문이 아무래도 가장 비중이 크네요. 환경부의 예산이 아마 여기에 많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내연기관차 줄이고 전기차 늘리자 이런 쪽이겠죠?
◇ 최서윤> 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수송 부문 하면 말씀하신 것처럼 전기 수소차 보급이 있을 수 있고요. 선박 부문에서 무탄소 선박 도입하는 내용이 있을 수 있고 기존 내연기관차 연비 기준 강화하는 내용도 있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것들이 수송 부문 관련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근데 수송 부문 전체 지출 계획이 4조 원 중에서 절반 이상인 2조 2천억 원이요. 환경부의 무공해차 보급 사업에 투입됩니다. 그다음에 많이 투입된 것도 9천억 원이 환경부의 무공해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이에요. 그러니까 4조 원 중에 3조 원 이상이 전기 수소차 보급하고 충전소 구축하는 데 투입이 되는 겁니다. 한쪽으로 쏠렸다는 느낌은 드는데 정부가 전기 수소차 확대는 진심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에요.
◆ 홍종호> 이쪽에 보조금을 줄 수 있는 항목이 분명하니까 사업의 집행 용이성도 감안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 최서윤> 무공해차 보급이라고만 했는데 따져보면 2조 2천억 원이라고 했잖아요. 그중에 전기차 보급 지원에 1조 5천억 정도가 들어가고요. 수소차 보급에 7천억 정도가 들어갑니다. 절대적인 양은 전기차가 많긴 한데요. 전기차는 올해보다 13.8% 감액한 거고요. 수소차는 올해보다 26.3% 증액한 거예요. 이걸 두고 업계에서도 여러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예산 늘리고 줄이는 게 어떤 산업 육성할 때 얼마나 가중치 두느냐가 달린 거라서 이해관계도 있고요.
◆ 홍종호> 정부 정책의 향배를 볼 수 있는 쪽이기 때문에.
◇ 최서윤> 그렇죠. 수소차 기다리신 분들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 하나 더 있어요. 내년에 현대차에서 2세대 넥쏘, 8년 만에 수소 전기차 차세대 모델을 출시를 하는데요. 정부도 그동안 수소차에 대한 소비자 대기 수요 같은 게 있었기 때문에 이런 걸 감안해서 내년에 도전적인 보급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입장을 갖는 걸로 보입니다.
◆ 홍종호> 그래요. 산업 부분은 어떻죠?
◇ 최서윤> 네 산업 부문은 산업계의 감축 목표 달성을 도와주는 사업들입니다. 그래서 기업이 온실가스 많이 배출하는 기술이나 연료 사용 줄이고 대안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투자를 해야 되잖아요. 돈 빌려주거나 보조금 지원할 수 있고 그다음에 기업의 자발적 감축을 유도하는 배출권 거래제 관련해서 유상 할당 이런 데 사업이 포함됩니다. 이번에 산업 부문, 내년에 2조 8천억 예산안 편성된 것 중에서 4분의 1, 한 7500억 원 정도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재도약 지원 자금 융자에 투입됩니다. 다음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절약시설 설치 사업 융자에 2900억 원도 투입되고요. 그다음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 탄소중립 전환 선도 프로젝트, 2170억 원. 이것도 융자 지원이에요. 한 절반 정도가 융자 사업에 포함이 됩니다.
◆ 홍종호> 아무래도 이자가 민간만큼 높지는 않겠죠.
◇ 최서윤> 정부에서 융자하니까 그런 걸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이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 이게 제목이 길잖아요. 시청자들께서는 성인지 예산 이런 걸 생각하면 쉬울 것 같아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우리가 얼마큼 그걸 인식하고,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는지를 확인해 보겠다. 아마 그런 식의 취지를 갖고 이름을 짓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요. 사실은 예산에서도 나가고 기금에서도 나가거든요. 기금 중에 이런 융자 사업이 많이 있어요.
◆ 홍종호> 그런데 중요한 건 이 기금은 안정적으로 기금이 모여야 사업을 많이 할 수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여기에 속해 있는 기금이 기후 대응 기금이라는 게 있어요. 근데 문제는 이 기후 대응 기금이 재원이 늘 안정적이지 않은 거예요. 예를 들어 배출권 거래제에서 수익이 생기면 여기에 집어넣는다든지 이런 건데, 이런 것들은 시장의 등락에 따라서 늘 바뀔 수 있는 거고요. 또 교통 에너지 환경세에서도 7%를 가져오는데, 이것도 앞으로 우리가 내연기관차를 적게 쓰면 적게 쓸수록 재원은 줄어드는 거예요.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기후 대응 기금이 인지 예산의 상당히 핵심적인 부분인데 재원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하고 있죠.
◇ 최서윤> 맞아요. 이게 아무래도 따끈따끈한 제도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개선점을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국회 예산정책처 지적 사항도 소개를 해드릴게요.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안이, 아무래도 여러 부처에서 흩어진 사업들 중에서 이거는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될 거야라고 인지하는 사업들을 분류한 거다 보니까 일부 누락될 수도 있고요. 사실은 감축 효과가 없는데 포함된 사업도 있을 수 있어요. 정량적으로 진짜 몇 톤 감축할 수 있다며 담은 예산도 있지만, 정성적으로 감축 효과 있을 것 같다며 담긴 것도 있고요. 관련 R&D도 포함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여요.
그리고 전문가들이 많이 지적하는 문제가 있어요. 이름이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안이잖아요. 그래서 여기에 온실가스 '감축 사업'만 인지를 하고요. '배출 사업'은 인지를 안 한다는 겁니다. 탄소 중립이라는 게 배출량과 감축량의 총합이 0이 되는 겁니다. 그럼 감축만 따지면 안 되잖아요. 배출도 따져야 된다는 의견이 많이 지적됐어요. 근데 이게 탄소중립법 개정 사안이라서 관련 법안도 발의가 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개정이 되는지 안 되는지 잘 살펴보면 국회가 얼마나 기후변화 대응에 진심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홍종호> 저도 재정 분야에 관심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 예산도 살펴보고 있는데, 앞으로 더 개선해서 잘만 활용하면 상당히 효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기후 대응이 얼마큼 진심이고 사업을 통해서, 예산 투여를 통해서 얼마큼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보면 예산과 기금만 포함돼 있는데 예를 들어 화석연료로 나가는 것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을 적게 걷는다는 것과 같은 것을 전문적으로 조세 지출, 또는 조세 감면이라 하거든요. 거둘 세금을 안 거두면 사실상의 보조금 역할이다보니까 오히려 탄소 배출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죠. 그리고 매년 사업별로 하니까 중장기적으로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는지 이런 게 약해요. 그래서 단년보다도 앞으로 연도가 쌓이면 중장기적으로 사업이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겠고요.
아까 우리 최 기자도 설명했지만, 현재는 감축만 보는데 아무리 감축 열심히 하면 뭐 합니까? 한쪽에서 배출해버리면 다 상쇄돼 버리고 실제로 배출이 더 늘어날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적응도 있잖아요. 우리가 금사과, 금배추 얘기도 했는데 이런 게 다 적응 관련된 거잖아요. 너무 날씨가 덥거나 가물거나한 경우에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적응해 나갈 것인지와 같은 쪽의 예산도 앞으로 만들어져야 돼요. 그래서 그런 걸 종합적으로 여기에 담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그래서 이름도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은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인데, '기후 대응 인지 예산'이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웃음) 기후 대응은 여러 종류가 다 있잖아요. 배출도 줄여야 되고 적응도 해야 되고 여러 가지 기술 투자도 있으니까 폭넓게 하면 좋겠습니다. 유럽이 그래요. 유럽은 아예 '녹색 예산 프레임워크'라고 해서 이름을 녹색 예산이라고 붙이고 이것을 검증하는 작업을 합니다. 훨씬 종합적으로 이런 식으로 앞으로 발전을 하면 훨씬 더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