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뉴스일본 총선인 중의원(하원) 선거 이후 차기 총리를 지명할 특별국회가 11일 소집 예정인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의 재선출이 유력시되고 있다.
다만 이시바 총리가 재선출되더라도 지난달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바람에 예산안 처리 등에서 야당 협력이 꼭 필요하게 돼 운신 폭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별국회는 이날 오후 소집돼 중의원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총리 지명 선거를 각각 열게 된다.
특별국회는 중의원 해산에 의한 총선 후 1개월 이내에 소집된다.
요미우리신문과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이날 제103대 총리로 재선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했다.
중의원과 참의원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차 투표 상위 2명이 겨루는 결선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는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지난달 총선에서 여당인 자민당(191석)과 공명당(24석)은 합쳐서 215석을 얻어 중의원 465석의 과반인 233석에 18석 부족한 상황이다.
야당의 경우 입헌민주당은 148석을 확보했고,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은 각각 38석과 28석을 차지했다.
각 당 대표가 총리 지명 선거 후보로 나오면 여당이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현 총리에게 투표하고 야당도 당론대로 자당 대표에게 표를 던지면서 1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 득표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이시바 총리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중의원 결선 투표에서 재대결할 것으로 전망됐다.
결선 투표가 실시되면 1994년 이후 30년 만이며 사상 5번째가 된다.
야당인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은 모두 1차와 결선 투표에서 자당 대표에게 투표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결선 투표에서는 상위 1, 2위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적으면 모두 무효표가 되기 때문에 제1당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가 재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참의원에서는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가 무난하게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총리로 재선출되면 같은 날 조각을 마치고 제2차 이시바 내각을 출범할 예정이다.
제2차 이시바 내각에서는 총선에서 낙선한 자민당 농림수산상과 법무상 2명과 공명당 몫인 국토교통상 1명 등 3명만 교체되고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과 외무상, 방위상 등 주요 각료는 유임될 예정이다.
제2차 내각 법무상으로는 스즈키 게이스케 전 외무성 부대신, 농림수산상으로는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 국토교통상으로는 나카노 히로마사 전 경제산업정무관이 각각 기용될 전망이다.
이시바가 총리직을 유지하더라도 중의원에서 향후 야당 도움 없이는 예산안과 법안 처리가 어려워 사실상 '식물 총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 비주류일 뿐 아니라 지난달 총선 패배로 당내 입지가 더 좁아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총선에서 의석을 4배로 늘린 국민민주당이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경제 대책 등에서 상대적으로 비슷한 성향인 국민민주당 주장을 반영해 정책마다 협력해 가는 '부분 연합'을 바탕으로 정권을 유지하기로 해 국민민주당은 여당 정책 결정 과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민주당은 총리 지명 선거에서 1차와 결선 투표에서 모두 입헌민주당 노다 대표가 아닌 자당 대표에게 투표하는 '무효표' 전략으로 이시바 총리 재선출을 용인하면서 사실상 킹메이커 역할도 하게 된다.
서민이 손에 쥐는 실수령액을 늘리겠다고 강조해 온 국민민주당은 이미 자민당에 근로소득자 면세 기준인 103만엔(약 937만원)을 178만엔(약 1천620만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는 이른바 '103만엔의 벽' 개선을 요구했다.
이시바 총리가 이번에 재선출되더라도 단명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총리 교체 목소리는 자민당 내에 크지 않지만, 출범 한 달 만에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10%포인트 안팎으로 빠진 30~40%대에 그치고 있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와 도쿄도 의회 선거를 앞두고 교체론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