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언론인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받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동영상 일부. 텔레그램 캡처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된 북한군 동향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만 실체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엇갈린 주장과 관측이 잇따르면서 혼선과 피로감만 높이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군이 러시아 공수여단이나 해병대에 배속돼 전술 및 드론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작전 투입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지난달 말부터 거론해왔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북한군 투입이 임박했다고 했고, 이달 5일(이하 현지시간)에는 북한군과 첫 전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언론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북한군 전투 참여와 전사자 발생설까지 보도했고, 미국 국무부도 지난 12일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을 공식 확인했다.
인상적인 점은 지난달 중순 북한군 파병 이슈를 선점했던 우리 정부가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초기에 소극적이던 미국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사뭇 다른 태도다. 정부가 미국 측의 발표 뒤 1주일이나 지나 사실을 확인한 것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최소한 일부는 전투 참여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확정적 판단을 유보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실관계가 상충되는 첩보가 많아 정확하게 파악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군 파병은 관련 사실이 알려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많다. 북한군의 참전군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 부터가 모호하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을 남의 나라 전쟁에 총알받이로 팔려간 '용병'이라 비판했지만, 이후 관찰되는 행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은 18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전 참전 방식을 놓고 북한과 러시아 간 이견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경제적 측면과 전략적 고려 면에서 공히 정식 동맹군 형태의 참전을 선호하는 반면, 러시아는 용병 형태 참전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간접 파병 경비를 포함한 전체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종전 후 '혈맹'으로서의 의무도 줄어들기 때문이란 분석에서다.
북한군 파병부대로 알려진 11군단(폭풍군단)의 역량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나온다. 처음에는 가공할 전투력을 가진 최정예 특작부대로 알려졌지만 점차 평가절하 하는 기류가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공개된 여러 가지 사진의 신빙성이 의심되긴 하지만,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만 보더라도 다년간 훈련받은 정예 요원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경주‧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보고서에서 "북한군 1차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선 상황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만한 전략적 수준의 효과를 창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쿠르스크 등 제한된 지역에서 작전적‧전술적 차원의 기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