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경북북부지역 국립의대 유치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재기 기자 '안동에 국립 의과대학을 설립하자'는 토론회 자리에 국민의 힘 지도부와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했다.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까지 행사장에 얼굴을 내비쳤다. 이해관계가 밀접한 이달희 의원이나 박형수 의원 말고도 이웃 지역구의 송언석 의원(김천), 이인선, 고향이 안동인 권성동, 경산의 조지연 의원, 부산의 조경태, 김희정, 조은희 의원도 축사를 하고 갔다.
안동이 집권당의 대구경북 핵심 지지기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지역의 핵심현안으로 부상한 의료사각지대 해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고 지역 대표인 의원들이 앞장서 해결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참석 의원들이 쏟아낸 말들을 보면, 그 지역과의 연고를 내세우는 발언을 하거나 의료사각지대라니 의대신설이 필요하고 거기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례적인 수준의 말들을 몇마디씩 던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워낙 바쁜 국회의원들이라 어떤 행사에서건 인사말을 후딱 한 뒤에 자리를 떠나는 건 익숙한 풍경이 된 지도 오래다. 설사 의원들이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킨다고 의대가 빨리 유치되는 것도 아니지만 의례적인 참여와 발언들, 그리고 서둘러 자리를 떠는 모습에서 의대유치에 대한 진정성을 찾긴 어렵다.
당연히 그들의 찬조발언에서도 북부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이 겪고 있을 불편함이나 고통에 대한 공감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는 의례적인 지원발언 뿐이었다.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의 주최자가 여당의 동료의원인 김형동(안동예천), 강명구(구미)이었으니, 이들의 지원요청을 받은 타 지역구 의원들이 '토론회 품앗이' 차원에서 얼굴을 비쳤을 수도 있다. 인원이 많아진 건 지역구에 애착이 강한 김형동, 강명구 의원이 당 지도부 전원을 초대하고 웬만큼 친분있는 의원들은 모조리 불러들이며 판을 키웠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많은 국회의원이 참여한 토론회는 처음봤다"는 얘기를 하며 놀라워 했지만 그들이 의대설립을 위한 입법(김형동 의원 대표발의)에서 얼마나 큰 힘을 내 줄지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의대설립을 성사시킬 수 있을 지를 예측하긴 아직 이르다.
오른쪽 붉은 원이 경북북부 의료사각지대다. 안동대 제공 경북북부 의대설립 이슈를 놓고 이렇게 많은 사람과 국회의원이 모인 건 처음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관철시킬 힘을 가진 이들(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해나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켜봐야한다.
경북북부지역에 의과대와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지역민들이 커다란 불편을 겪는다는 얘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안동대가 부속 의과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안동시와 TF팀을 꾸리고 유치활동에 나선 건 지금으로부터 13년전의 일이다. 그때도 국회의원은 있었다. 안동대가 가장 중심에서 유치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이 사안은 안동 뿐아니라 예천, 문경, 영양, 봉화, 영주, 상주 등 주변 낙후지역 주민들에게도 제일 시급한 현안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지역민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의료사각지대 해소, 그리고 지역소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걸맞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오늘날 경북북부지역의 사정이 이렇게 까지 악화하진 않았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길래 그 긴 세월동안 '북부지역 의대신설 이슈화'도 해내지 못했는 지가 자못 궁금하다.. 26일과 같은 대규모 토론회는 벌써 지지난 국회 시절 열렸어야할 일이다.
야당 소속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의 참여요청을 수락, 토론회장에 참여해준 야당 의원의 축사를 겸한 발언은 농반진반의 말로 들렸지만 해당 지역구 의원이라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축사에서 "경북북부에 의대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복지위원들을 설득해야 됩니다. 복지위내에 지역 공공의대 설립분위기가 고조된 이번이 최적기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더 적극적이지 않아요. (이자리에 계신분들이)약속을 지키라고 압박을 가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오죽했으면 대구경북지역이 주도적으로 밀어 만들어낸 정권인 윤석열 정권하에서 조차 의대설립 확답을 받지 못했으니 누구를 탓해야 할까? 지지를 받았으면 무한책임을 지는 게 선출직 공직자의 도리다. 의대증원을 계기로 이슈화 한 경북북부 의대설립은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