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삼성전자가 27일 위기극복과 쇄신에 초점을 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한종희·전영현·정현호 부회장이 유임되며 큰 폭에서는 변화가 없었지만 이재용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사업지원TF를 이끄는 정현호 부회장과 반도체 부문 DS(디바이스솔루션)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엔 힘을 실어주는 인사로 풀이된다.
정현호 부회장 연임, 박학규 사장 복귀
사업부미래전략실 출신 재무전문가인 박학규 사장이 복귀했고, 전 부회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으며 삼성전자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메모리반도체 사업부터 미래혁신 기술을 직접 챙기는 역할을 겸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8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이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의 주요 특징으로 △메모리 사업부의 대표이사 직찰체제 전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수장 교체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 부여 △파운드리 사업부에 사장급 CTO 보직 신설 △DS부문 직속 사장급 경영전략담당보직 신설 등을 꼽았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 내 사업 조정 등을 맡고 있는 사업지원TF의 수장인 정현호 부회장은 계속되고 있는 삼성전자 위기론의 진앙 중 한 곳으로 지목되며 한 때 교체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유임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소비자가전과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경영지원실장인 박학규 사장을 사업지원TF로 불러 들였다.
2명의 사장 승진자 중 1명은 사업지원TF출신인데 특히 DS사업 전략을 총괄하는경영전략담당 사장은 사업지원TF 출신의 김용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맡게 됐다.
정 부회장의 유임과 사업지원TF의 위상 강화는 삼성전자 위기론의 해법 중 하나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의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0년 9월 검찰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으로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고, 지난 2월 1심 선고에 이어 내년 2월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전영현 부회장, '삼성 위기론 진앙' 메모리 직접 챙긴다
박종민 기자이번 인사의 또 다른 포인트는 DS부문 전영현 부회장에 힘을 실어준 점이다.
지난 5월 '구원투수'로 영입된 전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의 DS부문장에 대표이사 부회장과 메모리사업부장, SAIT(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겸하게 됐다.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와 조직 분위기 일신을 위한 조치도 단행됐다. 파운드리 사업부에 사장급 CTO 보직과 DS부문 직속의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이 신설됐다.
신설된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CTO 사장은 글로벌제조와 인프라총괄 제조, 기술담당이었던 남석우 사장이 맡게됐다. 남 사장은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팀과 마이크론을 거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설계팀 담당임원과 솔루션개발실 솔루션PF팀장 등을 거친 메모리 설계 전문가다.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설계와 수율 개선 등에 주력하며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설된 경영전략담당 사장은 사업지원TF 출신의 김용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맡게 됐다. 김 사장은 미래전략실과 DS부문을 여러차례 오간 전략통이다. 기술경쟁력 회복은 물론 경영 전략 재정비를 통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 조기회복을 주도해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업분석업체인 한국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이번 인사의 포인트는 크게 '집중' '쇄신' '전환' 세 가지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며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강화한 것은 책임을 지고 조직을 좀더 체계적이고 집중력 있게 관리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교체한 것은 새로운 인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각오을 보여주는 쇄신의 단면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7명의 사장을 신사업 발굴 및 역량 강화 차원에서 업무를 변경해 조직의 분위기 등을 전환해 새로운 변화를 주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유추해보면, 향후 단행될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 폭은 예상보다 다소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