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117년 만에 역대 11월 중 서울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27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이 눈길을 조심스레 걷고 있다. 류영주 기자26일 밤부터 내린 눈이 28일 오전까지 이어진 가운데 폭설 여파로 사망자가 나오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현재까지 누적 적설량이 최대 40cm를 돌파하는 지역이 나오는 등 폭설이 이어졌다. 중부 지방과 남부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이어진 폭설은 이날 오후에 서서히 그쳤다. 현재 대설경보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해제된 상태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이날 오전 11시에 발표한 대설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이번 폭설로 인한 공식 인명피해는 없다. 다만 중대본은 눈이 쏟아진 지난 26일부터 현재까지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3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8시 40분쯤 경기 양평에서는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던 80대가 지붕이 무너지면서 사망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26분쯤에는 경기 평택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철제 그물이 무너져 그 밑에서 눈을 치우고 있던 이들을 덮쳐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이날 오전 5시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단독주택에서 집 앞의 눈을 치우던 60대 남성이 눈이 쌓인 나무에 깔려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 밖에 눈길 교통사고 사상자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소방청은 이번 대설과 관련해 전날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전국적으로 구조 13건, 구급 31건, 안전조치 1584건 등 총 1628건의 소방활동을 벌였다.
계속된 폭설에 경기도에선 43세대 71명이 대피하고 마을회관 등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했다. 비닐하우스, 공장 천장 붕괴 등 사유시설 관련 피해도 20건에 달했다.
눈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가 전주에 접촉하면서 정전 사고도 발생했다. 행정안전부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발생한 일시적 정전 사고는 131건이다.
도로에 쓰러진 나무를 치우고 있는 모습. 강원소방본부 제공 이날 오전 6시 52분쯤에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 공덕동, 청산동 일대 750호 가구가 정전됐다.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눈이 쌓인 나무가 한전주와 전선 쪽으로 넘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국가유산 피해도 있었다. 국가유산청은 폭설로 헌법재판소 안에 있는 '서울 재동 백송' 가지 5곳이 손상되는 등 천연기념물 총 3건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늘길과 뱃길도 막혔다. 오전 11시 기준 인천, 김포, 제주, 김해 등에서 항공기 156편이 결항됐다. 여객선은 79개 항로에서 104척이 운항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