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붓글씨모임 탐서회 회원들. 본인 제공◇박혜진> 고령장애친화도시만들기 오늘은 제주장애인들로 구성된 붓글씨 모임인 탐서회의 이금아 회장과 얘기 나눠봅니다. 탐서회는 언제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된 모임인지 소개해 주세요.
◆이금아> 2000년부터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서예 프로그램을 개설하게 됐습니다. 당시 한글 서예반 수강생들이 활성화되고 한자 서예반도 개설이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2004년도부터 탐서회라는 명칭으로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명칭은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의 '탐'자에다가 서예할 때 '서'자를 붙여서 '탐서회'가 된겁니다. 현재 회원은 30명 정도 됩니다.
◇박혜진> 붓글씨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금아> 붓글씨의 매력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내면의 힘을 많이 길러줍니다. 붓이 말을 잘 안 들어요. 굉장히 인내도 필요하고요. 제가 서예를 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제 안 좋은 성격들을 발견하게 돼요.
서예를 하면서 제 성격이 굉장히 급하구나라는 거를 느꼈거든요. 내가 성격이 너무 급하니까 좀 차분해야 되겠다라는 것들을 자꾸 일깨워주는 게 서예더라구요. 그러다 보니까 내면의 힘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또 서예는 나이에 상관이 없습니다. 처음엔 어려워요. 근데 갈수록 익숙해지면 손에 붓을 들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서예는 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취미로는 가장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하고요.
◇박혜진> 회원들이 탐서회 활동을 통해서 여러 변화들을 경험하는 것을 보셨을텐데 소개해 주시죠.
◆이금아>저희 탐서회 회원분들 중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다가 중도에 장애를 갖게 된 분들이 꽤 많아요. 저와 작품 활동을 하는 분이 계신데 특히 손이 불편하세요. 팔을 들 수 있는 힘이 없으신 거예요. 손에도 장애가 있고 근데 저희와 같이 서예를 하고 있는데 굉장히 의지를 갖고 노력을 하다보니 속도는 느립니다마는 어느 순간 팔이 들리고 서예를 하시는거에요.
그걸 보고 저도 너무 놀랐고 감격스러웠어요. 서예를 통해서 재활이 된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정말 이게 가능하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박혜진> 탐서회 회원분들의 실력들이 만만치 않다구요?
◆이금아> 저는 5년 차다보니 명함을 못 내밀죠. 많게는 20년이 넘는 분들도 계시고요. 평균 10년 정도 경력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공모전에도 많이 참여하시고 초대 작가이신 분들도 다수 계시고요.
이금아 작품 '꽃처럼'. 자료사진◇박혜진> 탐서회에서 활동하는 회원분들도 다양한 유형의 장애들을 갖고 계신 거죠?
◆이금아> 일단은 뇌병변 장애도 계시고, 청각장애, 농아 쪽도 계시고 신장장애, 지체장애도 계십니다.
◇박혜진> 이금아 회장님도 지체장애를 갖고 계시는데 불편함 많으시죠?
◆이금아> 많죠. 예를 들어 저희 같은 경우는 집에서 복지관으로 가려면 이동권이 보장돼 있어야 되고요. 근데 이동권이 잘되지 않으면 활동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 부분들이 약간의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를 통해서 움직이는데 서비스가 안정적이지가 않습니다. 장애가 있지만 뭔가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굉장히 많은데 교통편처럼 제반적으로 뒷받침되는 것들이 미약하다 보니까 힘듦이 있는 거죠.
◇박혜진>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이금아> 탐서회 전체 회원들이 예전의 열정을 잃지 않고 계속 창작 활동에 임할 수 있는 환경과 건강함이 이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사군자를 열심히 배워서 잘 그려볼까 하는 생각입니다.
◇박혜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이금아> 재활을 꿈꾸고 계시는 장애인분들에게 저는 꼭 서예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서예는 처음에는 힘들지만 서예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한번 돌아볼 수도 있고요. 재활이 확실히 됩니다. 내일은 더 나은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꼭 서예를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