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달 19일 열린 제4차 시민행복부산회의에서 '빅 디자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도시 품격을 높이겠다며 야심차게 추진에 나선 공공디자인 혁신 관련 예산이 시의회에서 대거 삭감돼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부산시 미래디자인본부 예산안 계수조정에서 '품격 있는 부산 거리(스트리트 퍼니처) 디자인 사업' 예산안 125억원 가운데 68억 7천만원을 삭감, 56억 3천만원으로 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사업은 지난달 19일 부산시가 발표한 '부산을 바꾸는 빅 디자인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품격을 느낄 수 있도록 국제공모 우수디자인으로 선정된 정류장, 가로등 등 공공시설물을 관문지역과 관광지에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부산시는 부산역 등 3곳에 시설물을 설치하겠다며 예산을 책정했으나, 부산시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하면서 1곳에만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시의원들은 지난달 29일 예산안 심사에서 부산시가 역점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예산안을 허술하게 편성했고, 지방채 발행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송우현 의원(동래구)은 "부산시가 처음에는 예산을 125억원으로 올렸다가, 심사 직전에 갑자기 161억 5800만원으로 수정해 올렸다. 예산 편성을 고무줄 늘이듯 해도 되나"라며 "역점사업을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하는 것에 우려를 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빅 디자인 프로젝트' 관련 예산이 삭감된 건 이뿐만이 아니다. 건교위는 부산을 국제적인 야간경관 명소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야간경관 고도화 사업' 용역 예산 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또 일상생활 속에 독창적인 휴식 공간을 구축하겠다는 '뉴 부산 화장실 디자인 프로젝트' 관련 예산 6억원도 모두 삭감했다.
이 밖에 미래디자인본부가 올린 '도시브랜드 서체 개발' 예산 2억원도 새로운 서체 개발이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되는 등 각종 디자인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 이복조 의원(사하구4)은 "부산시는 이미 각종 지표에서 '명품 도시'로 평가받고 있는데, 지방재정이 안 좋은 상황에서 서체 개발과 같은 사업을 굳이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시민 안전에 직결되는 등 당장 시급한 사업이 아니라면 재정 여건이 좋을 때 진행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