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령부. 연합뉴스국군방첩사령부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시 계엄사령관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돼 별동대처럼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모종의 특수임무 수행을 위한 비선체계가 가동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요구된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중앙선관위에 대한 경찰력 배치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방첩사가) 경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릴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수사관을 준비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어 '오케이' 했다"며 "(또한, 방첩사가) 선관위 쪽으로 갈 예정이라고 해서 '알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첩사 요원들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 사무실에 들어가 야간 당직자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256245)
방첩사가 국회 외의 또 다른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콕 집어 장악하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사와 별도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비밀스러운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방첩사는 3일 계엄군의 국회의사당 난입 시에 국회의원 체포조 임무를 수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방위 현안질의에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방첩사 체포조가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려고 갔는데, 나는 안 가겠다고 하니까 쌍욕을 하면서 왜 안 가냐고 이렇게 했다는데…"라고 질의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도 "국회에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올 때 방첩사 인원도 함께 탑승한 것을 아느냐"고 했고, 허영 의원 역시 "방첩사 체포조 100명을 (기존에 알려진 계엄군) 280명 외에 운영했다는데 들어본 적 없느냐"고 물었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에 난입한 계엄군에 대해 1공수여단과 특전사 707특임단, 수방사 35특임대대 등 280여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방첩사의 이런 작전이 더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상부 명령체계인 계엄사를 '패싱'했기 때문이다.
박안수 육군총장은 이날 방첩사가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된 배경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잇단 질의에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답변을 거듭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총장을 건너뛰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직접 명령을 하달한 셈이다.
김 장관과 여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 충암고 선후배 관계라는 점에서 이전부터 여러 의혹이 제기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