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KBS 보도국장이 사전에 계엄 방송을 인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계엄군이 KBS 본관 앞에 있었던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5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군 차량이 정차해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며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실제로 군 차량이 정차해 있고 군인으로 보이는 운전자의 모습도 보인다.
KBS 본부는 "당시 군 차량은 본관 앞에 짧지 않은 시간 정차해 있었고, 군인들이 차량에서 내려 있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도 있다. 전면적인 계엄군에 의한 KBS 장악은 아닐지라도, 분명 계엄군이 공영방송 KBS에 모습을 비춘 것"이라며 "당연히 계엄령 당시 군인들이 KBS에도 들어온 건 아닌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사측을 향해 폐쇄회로(CC)TV 등 당시 증거 확보와 경영진의 설명을 요구하며 "계엄군이 KBS에 들어오기도 전에 계엄 방송국 같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 아니라 당시 실제로 KBS가 계엄군에 장악당한 것은 아니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군 차량이 공사 앞에 왔을 때 어떤 조치를 취했나. 혹시 계엄군이 KBS 내부에 들어오기는 했었나. 혹은 방송 관계자가 계엄군을 접촉한 일은 없는가. KBS가 국민의 기대와 현저히 다른 수준의 계엄 특보를 내보낸 상황에서 KBS가 계엄 방송국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KBS본부는 "최재현 보도국장이 계엄 발표 2시간전쯤 대통령실로부터 '계엄 방송'을 준비하라는 언질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BS본부는 방송 편성 개입 등 방송법 위반 여부를 따져 묻기 위해 고발을 검토 중이다.
이날 KBS 사측은 CBS노컷뉴스에 비상계엄 사전 인지와 관련해서는 함구했지만 계엄군 출입 의혹에 대해서는 "계엄령 당시 사내에는 군 병력이 출입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전했다.
KBS 내부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관련 뉴스 특보에도 불만이 쌓이고 있다.
4일 새벽 뉴스 특보에서는 △ 시민들이 모인 여의도 국회 현장이 아닌 스튜디오 화면 고집, △ 계엄 포고문의 반복적인 방송, △ 계엄해제 의결 진행 당시에 국회 본회의장 현장이 아닌 앵커와 기자의 대담 방송, △ 계엄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따지기 보다는 야당에 계엄 책임을 돌리려는 듯한 발언 등이 정권의 눈치를 본 부실 보도라며 지적을 받았다.
지난 4일 메인 뉴스에서도 상황은 반복됐다는 전언이다. 국가기간방송·공영방송의 의무가 있지만 계엄 관련 뉴스에 대해 타 방송사와 달리 중계식 설명, 입장 받아쓰기 정도에 그치면서 지상파 3사 중 시청률 꼴찌를 기록했다.
KBS본부는 "설마하던 일이 또 일어났다. 비상계엄령 요건의 불합리성과 계엄령 선포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 지적을 제대로 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다. 내란죄 성립 여부와 성립될 시 대통령에 대한 조사 가능 여부에 대해 별도 리포트를 제작하지 않았다"라고 짚으며 "대부분 언론이 특수부대가 국회 본청에 난입해 우원식 국회의장 등을 체포하려고 했다는 보도를 쏟아냈지만 다루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한 보도의 경우 합법적 계엄령 선포였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그대로 읊어주는 수준"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KBS본부는 4일에 이어 오늘(5일)도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오는 10일 전국 조합원 총파업을 통해 윤석열 정부 옹호 방송을 거부한다는 의지를 표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