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12‧3 내란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불발로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며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급등한 가운데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로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들 경우,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 9천만달러다. 규모는 중국과 일본 등에 이은 세계 9위 수준이다.
문제는 외환보유액이 2021년 4631억 2천만달러에서 해마다 줄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며 유동성을 푼 영향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확대했고, 이에 따라 미국이 2021년 3월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2021년 1월 1100원대에서 이듬해 10월 1444원까지 31.3% 상승했다.
한은은 이처럼 달러 강세에 따라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2‧3 내란사태로 환율이 급등하자 당국이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며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달러 인덱스는 106.5에서 일주일 뒤 106.2 내외로 하락한 반면, 원달러 환율은 1402.9원에서 9일 1437원으로 34원 가까이 급등했다"면서 "온전히 국내 요인에 의한 원화 약세 압력이 강하게 반영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야간 거래서 1442원까지 치솟은 환율은 4~6일 141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였지만,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불성립 폐기된 후 첫 거래일인 9일 1430원을 돌파했다.
이는 당국이 1440원을 넘지 않도록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은 "9일 1440원을 목전에 두고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세가 유입되면서 환율 추가 상승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탄핵 불발로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추가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조 연구원은 "한은의 연속 금리 인하가 이뤄진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원화는 약세 재료에 노출됐다"면서 "내년 상단 전망치를 (기존보다) 40원 높인 1465원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외국계 IB(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외 여건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외환 건전성 지표만 보면 완화 가치의 급격한 추가 절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ECB(유럽중앙은행‧12일), BOJ(일본은행‧19일),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18일)로 이어지는 주요국 통화정책회의 결과는 달러화는 물론 주요국 통화가치의 단기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특히 FOMC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이 강하게 부각된다면 달러화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국 불안이 장기화된다면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과 단기 자금이탈 리스크로 외환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여지는 잠재해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당국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로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미 외환보유액은 9월 4199억 7천달러에서 10월 4156억 9천달러 등으로 11월까지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환보유고가 4천억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있다"며 "12월 외환보유고 추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2의 IMF 외환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이지만, 2024년에 비상계엄이 선포될 것이라는 불가능의 영역도 현실이 됐다"고 덧붙였다. 외환보유액은 2018년 6월 처음으로 4천억원을 돌파한 뒤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