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올해 공급업자가 대리점들에 행한 '갑질' 행위가 예년보다 더 심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자동차판매·화장품·가구 업종 대리점들의 불공정행위 경험이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2024년도 대리점거래 서면 실태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조사는 여행업종을 추가해 모두 20개 업종 522개 공급업자와 대리점 13만5848개 중 확률추출 방식으로 선정한 5만 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공급업자의 유통경로중 대리점거래 매출 비중은 47.2%로 전년보다 2.3%p 감소했다. 하지만 절반 가까이를 유지하며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반적으로 대리점들의 공급업자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졌고 불공정행위 경험률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리점이 공급업자와의 거래에서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89.4%로 전년보다 0.9%p 하락했다.
자동차판매(61.6%), 화장품(66.1%), 가구(70.7%) 업종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운데 거래단가결정(80.9%), 계약 후 상품단가 조정(86.4%) 등의 거래과정에서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
불공정관행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체감한다는 응답 비율 역시 하락했다. 91.8%로 전년보다 1.0%p 떨어진 가운데 화장품(71.3%), 자동차판매(74.0%), 가구(78.1%) 업종의 거래관행 개선 체감도가 낮았다.
이를 반영하듯 공급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대리점 비율은 16.6%로 0.7%p 높아졌다. 유형별로는 판매목표강제(6.2%), 불이익제공(3.9%), 경영정보 제공요구(3.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목표 미달성 시 페널티를 부여하는 판매목표강제를 경험한 대리점은 자동차판매(44.0%), 보일러(21.2%), 비료(18.9%)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공급업자가 일방적으로 거래조건을 불합리하게 변경하거나 반품을 거부하는 불이익 제공행위 경험은 자동차판매(18.0%), 화장품(15.8%), 가구(12.5%) 업종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업자가 대리점에 공급하는 제품을 동시에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하는 비율은 28.1%로 전년보다 2.7%p 증가했다. 업종 별로는 화장품(71.9%), 의류(74,2%), 가구(70.0%)가 높았다.
반면 대리점이 자체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경우는 10.5%에 불과했다. 온라인 판매를 과거에 했거나 현재 하는 대리점 중 공급업자의 온라인 판매 제한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도 19.4%에 달했다.
공정위는 "공급업자가 온라인판매를 병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높은 업종에서 대리점 사업자의 거래 만족도와 거래관행 개선 체감도가 모두 낮게 나타나, 공급업자와 대리점간 갈등 발생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리점의 창업비용은 평균 1억9606만원으로 집계됐다. 계약은 1년 단위가 64.2%로 가장 많았고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는 경우도 17.4%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계약관계 유지 기간은 5년 이상인 경우가 70.7%였다.
점포 리뉴얼 평균 비용은 5073만원, 평균 주기는 6.5년으로 조사됐다. 공급업자의 요청에 의한 결정이 33.0%에 달했다.
공정위는 대리점들이 투자비용을 적절히 회수할 수 있도록 대리점이 공급업자의 요청으로 매장을 리뉴얼한 경우 사전에 계약기간을 다시 협의하도록 표준대리점거래계약서를 개정했다고 안내했다.
이어 대리점의 투자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공급업자의 부당한 계약해지나 계약 갱신거절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업종별 주요 불공정거래 관행과 공급업자별 주요 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필요시 직권조사에 나서는 등 법 위반 감시체계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