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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대통령도 없는 '임명 보류' 권한…대행 넘어 남용 왜?

대통령실

    정식 대통령도 없는 '임명 보류' 권한…대행 넘어 남용 왜?

    궤변 넘어 괴변…'배째 모드' 노림수는 이렇다

    끝내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한 韓대행
    "대통령보다 더한 권한 남용" 삼권 분립 훼손 논란
    헌재 심판 지연, 특검 협상 카드, 與 탄핵 논쟁 지원 사격 등 노림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정부청사사진기자단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정부청사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여야 합의안이 도출될 때까지 '보류'한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보다 더한 '권한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 넘어온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다시 국회로 되돌려 보내는 것은 현직 대통령도 권한이 없는 행위이자, '삼권 분립' 침해 소지도 있다는 게 헌법 학계의 평가다.

    탄핵 요건에 있어 여당이 지핀 '정족수 논란'에 기대 '버티기'에 나서는 한편,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해 헌재의 탄핵 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끝내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한 韓대행…"대통령보다 더한 권한 남용"


    한 권한대행은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국회가 마은혁·정계선·조한창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를 열기 30분 전 긴급하게 이뤄진 입장 발표였다.

    후보자들은 오후 2시 국회 본회의 무기명 투표 결과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은 대부분 표결에 불참하고 조경태, 김예지, 김상욱, 한지아 의원 4명만 참여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고, 25일에는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했다. 그동안 숙고를 이어갔다 하지만 입장에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이 사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싶다고 한 것으로 안다"며 "고민을 많이 하다 담화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해 이런 이유를 댔다.

    ▶ 임명 보류 이유
    △대통령 권한대행은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역시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임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헌재 결정 전에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았고, 헌재 결정이 나온 뒤 임명했다
    △우리 역사를 돌아볼 때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헌법 학계에서는 현직 대통령보다 더 한 '권한 남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는 합의제, 집단적 대표 기관으로 만장일치가 안되면 다수결로 의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여당이 투표에 불참했다는 건 그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며 "국회가 표결한 결과를 권한대행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라도 자체 심사를 못한다. 판단할 권한이 전혀 없는데, 굉장히 괴이한 논리"라고 밝혔다.

    황교안 전 권한대행의 사례를 든 것도 '아전인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 탄핵 심판 변론이 진행되던 중 2017년 1월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자 후임 헌재 소장은 임명하지 않았다. 한 대행 측이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사례다.

    헌법에 따르면 헌재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3인은 국회 몫, 3인은 대법원장 몫, 3인은 대통령 몫이다. 헌재 소장은 9명의 헌법재판관 중 1명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재 소장 임명은 결국 국회의 동의를 얻은 대통령의 몫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의 권한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국회가 추천한 몫에 대한 임명을 보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를 뿐더러, '삼권 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권한 밖의 행위라는 지적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권 분립 원리에 의해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 각각 3명의 몫을 주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적법하게 통과되어 온 것을 다시 돌려보낼 권한은 대통령이라도 없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이 2017년 3월29일 이선애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사례도 있다. 시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3월10일) 후다.

    당시는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 선고 3일 후 퇴임한 뒤 대법원장이 후임으로 이 전 재판관을 지명했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황 전 권한대행이 임명했다. 대법원장 몫에 대해 권한대행이 임명장을 준 정상적 절차인 셈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시 헌재는 8인 체제로, '6인 체제'인 현재와 역시 차이가 있었다.

    헌재 역시 "국회 몫의 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답변해온 바 있다.

    헌재 심판 지연, 특검 협상 카드, 與 탄핵 논쟁 지원 사격 등 노림수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따라서 한 권한대행의 잇단 행보를 두고 역시 헌재 심판 지연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현재 9명 정원 중 3명이 공석으로 '6인 체제'다. 6인이 심리를 할 경우 심판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심판 기한인 180일을 다 채우고 싶어하는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측이 선호하는 구도다.

    아울러 9인보다는 6인 체제에서 탄핵 기각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여권에겐 훨씬 유리할 수 있다. 헌법에 따르면 탄핵 결정엔 재판관 6인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수용 결정을 미루고 국회에 공을 넘긴 가운데,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특검법에 대한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론 추이를 살펴본 뒤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헌법재판관 임명을 내미는 절충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두 특검법의 거부권 시한은 내년 1월1일까지다.

    야당이 권한대행 탄핵 소추 절차를 개시한 가운데 여당이 주장하는 '정족수 논쟁'에 기대어 탄핵을 피해볼 수 있다는 전략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여당은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요건 규정이 별도로 없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에 준하는 재적 의원의 3분의 2(200석)가 찬성해야 탄핵 소추가 된다는 논리를 들어왔다. 국무총리는 재적 의원 과반(151석)으로 탄핵 소추가 가능하기에 민주당 의석(170석)만으로도 탄핵 소추할 수 있다.

    헌법 학계에 따르면 탄핵 표결 기준을 두고 국회에서 해석 논쟁이 벌어진다면 입법부의 수장인 우원식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 의장 역시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의결 정족수와 관련해 "일차적 판단은 의장이 한다"며 "입법조사처 의견 등을 참고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의결 정족수 논란과 관련, 권한대행을 맡기 전 '총리 직무 수행 중 탄핵 사유'가 발생했다면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151명)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내란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전까지 총리로서 했던 일 중 불법, 위법 사안이 명백하다"며 "151석을 넘겨서 가결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7일 본회의에서 과반(151석) 표결로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총리실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심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전면에 나선 여당 뒤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우 의장이 탄핵소추의결서에 서명한 뒤 사본이 총리실에 전달된 즉시 한 권한대행은 직무정지 상태가 될 것이란 게 학계의 중론이다.

    헌재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 들여진다면 본안 결정까지 잠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지만, 탄핵소추에 따른 직무정지는 헌법 제65조 3항과 헌법재판소법 제50조에 근거하기 때문에 상위법이 우선인지, 가처분이 이뤄질 수 있는지 논쟁 여지가 남아 있다.

    앞서 국회 탄핵소추 가결로 직무정지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재해 감사원장의 경우 지난 9일과 17일 직무정지 해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헌재는 아직까지 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탄핵과 관련해 헌재에 제기한 사상 첫 가처분 신청이기도 했다.
     
    직무정지 상태가 되면 정부조직법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직을 맡게 된다. 만약 한 권한대행과 여당이 헌재 가처분 판단 전에 이에 불복하고 나선다면, 국기를 흔드는 제2의 내란을 공모·획책했다는 국민적 공분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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