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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왜 대통령 탄핵심판을 먼저 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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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B컷]왜 대통령 탄핵심판을 먼저 하냐고요?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12월 3일 밤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 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12월 3일 밤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 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오징어게임 시즌2의 기대감이 커지던 불과 며칠 전, 계엄 선포로 현실판 '디스토피아(real-life dystopia)'가 끼어들었다" 
     
    해외 한 언론은 12월 3일 난데없는 계엄 사태를 겪은 대한민국을 디스토피아로 묘사했습니다.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는 명목으로 대통령은 그만의 '유토피아'를 꿈꿨을지 모르겠으나, 비상계엄으로 소환된 건 정반대의 디스토피아였던 겁니다. 시민은 다시 광장으로 나갔고, 역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을 맞이한 나라의 국민이 됐습니다. 
     
    오늘의 '법정B컷'은 내란 혐의 피의자이기도 한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정으로 가보겠습니다. 헌재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의 행위가 ①선출된 권력인 대통령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위헌적이고도 위법한 행위인지 ②대통령에게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를 중점으로 따지게 될 겁니다. 
     

    심리 5시간 전에야 대리인 선임하고 "시간 없다, 기회 달라"

    한밤중 악몽 같던 '비상계엄' 선포 날로부터 24일이 지난 27일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 번째 변론준비기일이 열렸습니다. 변론이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하는 절차로 수명(受命)재판관인 이미선, 정형식 재판관이 쟁점 정리와 증거 정리 절차를 각각 맡아 심리를 이끌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사실상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난 14일 오후 6시 15분 이후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탄핵에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는 말과는 정반대의 행보였죠. 헌재가 보낸 탄핵심판 관련 서류를 받지도, 심판정에서 본인을 대변할 대리인을 선임하지도 않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첫번째 변론준비기일인 27일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첫번째 변론준비기일인 27일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첫 변론준비기일이 제대로 진행될지 대다수가 의문을 가질 때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당일 오전 선임계를 내고 심판정에 나오겠다고 했습니다. 심리 시작을 불과 5시간 앞둔 때로 기습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헌재 심판정은 차가운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국회 측 대리인인 김이수, 이광범, 김진한 변호사 등은 먼저 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대통령의 검찰 선배 윤갑근, 대학 동기 배진한, 헌재공보관 출신 배보윤 변호사는 시작 시간 직전에 빠듯하게 도착해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고 '시간이 없다'며 걸음을 재촉해 들어갔습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늦게 선임된 점을 감안해달라", "검토가 안 됐다", "기회를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선임계가 제출된 직후 헌재에 재판을 미뤄달라고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24.12.27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24헌나8)
    이미선 재판관: 피청구인(대통령) 측에서 오늘 오전에 기일연기신청서를 제출하셨습니다. 저희가 검토를 해봤습니다. 준비기일은 변론이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기일일 뿐이고, 오늘 준비되지 못한 부분은 추후에 주장, 제출하실 수가 있습니다. 소추의결서, 준비기일 통지서 적법하게 송달됐고, 오늘 양측 당사자가 출석해 준비기일 개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점을 고려해서 연기신청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피청구인 대리인 선임이 늦어져 대리인께서 준비하시는 데 시간이 많이 부족하셨을 것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헌재가 이어 국회 측 탄핵 소추안에 근거해 쟁점 정리에 들어가려 하자, 윤 대통령 측은 오늘 진행하는 것이 마땅한지 제동을 걸기도 했습니다. 소추 사유도 주장에 불과하다며, 국회 측과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2024.12.27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24헌나8)
    배보윤 변호사: (생략)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오늘 바로 쟁점을 정리하는 것이 마땅한지. 저희는 서류가 구체적으로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주장과 어느 정도 증거관계가 있어야만 그 주장이 합당한 쟁점으로 볼만한 것인지가 먼저 가려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형식 재판관: 네,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도 안 된 상황이고 증거관계도 못 보신 상황이니까 그러시다는 말씀인데..
     
    배보윤 변호사: 되도록이면 차회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그렇게 해야…
     
    정 재판관: 제가 진행은 청구인(국회) 측 소추의결서가 제출됐기 때문에 기반해서 어떤 사유들을 가지고 청구하는 것인지 정리하는 것이고, 피청구인 측에서 오늘은 답변이 어려우시겠죠. 어려우시겠지만, 그 부분을 다음 기일까지 답변을 제출해 주시면 그거에 맞춰서 또 정리를 하겠습니다.

    헌재는 이날 탄핵 사유로 제시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를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계엄 선포 △계엄사령관을 통한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 발표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및 활동 방해 △군대를 동원해 영장 없이 실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등입니다.

    尹 측 "왜 대통령 탄핵부터 먼저 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첫번째 변론준비기일인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배보윤, 배진한, 윤갑근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첫번째 변론준비기일인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배보윤, 배진한, 윤갑근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윤 대통령 측은 심리 말미에 가서는 "왜 대통령 탄핵심판을 먼저 하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정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심판이 어떤 사건보다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탄핵심판의 큰 목표는 '헌법 질서 유지'라고도 못 박았습니다.
     
    2024.12.27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24헌나8)
    배진한 변호사: 그런데 계류 중인 탄핵 사건들이 많이 있는데 물론 이 사건이 가장 중요하고 국민들한테 해소해야 할 부분도 있고, 빨리 끝내야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사건을 제일 먼저 심리하고 빨리 진행하고 저희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촉박한 그렇게 진행하는 어떤 재판관님들의 협의나 근거가 있으신지 외람된 말씀 여쭤보겠습니다. 거기 맞춰서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지만 저희 입장도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형식 재판관: 저희가 탄핵 사건이 여러 건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 사건이 지금까지는 제일 마지막에 들어온 사건입니다만,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사건보다도 중요하죠. 당연히 무조건 앞에 있는 사건부터 처리해 나가는 게 아니라 가장 시급하고 빨리 해야 하는 사건부터 하는 거여서 재판관 회의에서 이 사건부터 하자고 했던 것이고요.
     
    그리고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 권리를 보호하는 그런 것하고는 약간 다릅니다. 헌법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입니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와 탄핵심판이 두 갈래로 진행되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한 수 접기도 했습니다. 이에 헌재는 "피청구인 요구 사항을 충분히 반영해서 심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2024.12.27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24헌나8)
    정 재판관: 피청구인 해야 할 걸 완전히 못 하게 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겁니다. 충분히 보장해 드리는 한도 내에서 해드리고 그 대신에 협조를 해주셔야죠. 저희가 봤을 때 필요 이상으로 말하자면 이거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하시거나 이렇다고 하면 제재를 하겠습니다. 당연한 것이고요. 재판에서는 항상 그러니까요. 신속하게 하지만 피청구인의 요구하는 사항을 충분히 반영해서 심리를 진행할 겁니다. 그 점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배 변호사: 앞부분 말씀드리는 건 외람되게 말씀드린 것이고…뒷부분 말씀드린 게 취지가 있는데, 저희가 준비하는 데 소추인 측에 비해서 변호인단 수도 워낙 적고,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데, 기일을 너무 빨리 잡아 주시면 저희가 소송을 지연하려는 게 아니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에 기일을 저희 입장을 고려해서 잡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국무회의록' 제출하라 했는데, 왜 안 했나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첫번째 변론준비기일인 27일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첫번째 변론준비기일인 27일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헌재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접수하고 지난 24일까지 계엄 포고령 1호와 함께 국무회의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탄핵 관련 심판 서류를 받지도, 내지도 않아 고의로 재판 지연 전략을 편다는 시각이 지배적일 때입니다.
     
    그동안 묵묵부답이었던 윤 대통령 측에 답답함을 느꼈던 걸까요. 헌재는 이날 왜 그랬는지 따져 물었습니다.

    2024.12.27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24헌나8)
    정형식 재판관: (생략) 다만 국무회의 회의록을 제출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제출이 안 됐습니다. 국무회의록이 제출되지 않은 이유가 뭐 있나요?
     
    배진한 변호사: 저희 지금 말씀하신 서류들에 대해서 답변서 내면서 체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는 상태에서 왔기 때문에 어떤 취지로 소추를 제기하셨는지 저희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확인한 다음에 전부 정리하려고 했기 때문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기회를 좀 주십시오.


    헌재는 계엄 선포가 문서로 이뤄졌는지, 국무회의 자체는 있었던 건지, 없었던 건지 명확히 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했지만, 회의록만 작성이 안 된 거라면 누가 언제 어디에 모였는지 구체적으로 적어 달라고도 말이죠.

    일단 시작은 했는데, 순탄치만은 않은 탄핵심판 

    대통령 탄핵심판이 열렸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당장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부터 다투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탄핵의 시작점부터 문제 삼겠다는 겁니다. 헌재의 탄핵 심판 관련 서류 송달도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헌재는 탄핵 관련 서류를 경호처로, 대통령 관저로 여러 차례 보냈지만, 윤 대통령은 받지를 않았습니다. 헌재가 이에 대응해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해 도착하면 송달 효력이 생기는 '발송 송달'을 하자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본격 변론에 들어가면 세부적인 사실관계 정리부터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도 윤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표 사실 자체를 두고도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습니다. 정 재판관이 "우리가 뉴스에서 다 보지 않았느냐"며 법적 평가는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사실 자체를 다툴 이유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그제야 윤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의 표면적 사실관계는 인정했고, 구체적 내용을 다투겠다고 했습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참석해 국회 측 소추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참석해 국회 측 소추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그럼에도 헌재는 신속 재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배경엔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의지도 녹아있을 겁니다. 탄핵 반대 화환이 담장을 둘러싼 헌법재판소 앞만 봐도 그렇습니다.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 기동대 차량이 버티고 서 있고, 탄핵을 두고 양쪽으로 찢어진 시민은 상대를 향해 악에 받친 듯한 모진 말을 내뱉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헌재는 다음 달 3일 오후 2시에 변론준비기일을 한 번 더 엽니다. 이 재판관은 "국가 운영과 국민에게 미치는 심각성과 중대성 고려해 기일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본격 변론이 시작되면 주에 2회가량 변론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적당한 시기'에 본인이 심판정에 직접 출석해 변론하겠다는 대통령. 탄핵 결론은 언제쯤 나올지, 혼란은 언제쯤 치유될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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