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30일 제주항공 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제주항공 참사를 놓고 정부가 블랙박스 분석에 착수한 가운데 다양한 추정과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기체 결함 가능성이나 무안공항 자체의 구조적 문제 등이 지적되는데, 당국은 현 시점에 참사 원인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참사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날 저녁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보잉사 소속 인원 두명씩이 블랙박스 조사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상 사고 기체의 설계·제조국은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블랙박스는 참사 당일 빠르게 회수됐지만, 분석도 신속히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블랙박스 중 온전히 수거된 음성녹음장치(CVR)와 달리, 비행기록장치(FDR)는 일부 손상된 채 발견됐다.
훼손이 심각하면 미국 NTSB·보잉에 분석을 의뢰해야 하는데, 이 경우 블랙박스 해독에만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 보잉사의 세계 여객기 시장점유율은 40%를 넘는다. 전세계 항공기 사고의 상당수가 NTSB에 맡겨지는 형편이라 순서가 밀릴 수 있다.
진상규명 지연은 자칫 의혹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참사 당일부터 매일 브리핑 중인 국토부로서도 설명에 한계가 불가피하다. 국토부는 "여러 추정이 나오는데, 조사해야 알 수 있다", "정확한 자료는 추후에 확인이 될 것이다", "정확한 것은 FDR 자료를 추출해봐야 확인 가능하다" 등 답변을 반복했다.
이러는 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이 여러 의혹을 개진했다. 당장 참사 기체가 조류 충돌 이후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된 점은 '기체 이상' 의혹으로 직결되는 대목이다. 한쪽 엔진이 고장났어도 설계상으로는 정상적 착륙이 가능했어야 해서 그렇다. 랜딩기어의 조작불능도 의혹을 키운다.
참사 당일 오전 8시59분 기장의 메이데이(조난신호) 선언으로부터 9시2분 착지까지 3분간 이같은 '비정상적' 운행이 있었는데,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관제탑과 교신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체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두터워진다.
문제의 3분간 기체의 착륙자세 정비 여부, 랜딩기어 작동 여부, 엔진화재에 따른 기체 내 유독가스 유입 여부, 그 순간 기체의 전원이 모두 꺼졌는지 여부 등에 대해 국토부는 "블랙박스를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는 '현실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제주항공 참사 개요도. 국토교통부 제공
한편으로는 무안국제공항 자체가 잘못돼 있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일단 참사 기체가 충돌한 활주로 끝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둑처럼 두껍게 지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이어서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있다. 이례적으로 너무 단단해서 참사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조사가 요구되지 않는 사안인 만큼, 국토부는 뚜렷한 반박을 냈다. 국토부는 "제주공항은 콘크리트와 H빔을, 여수공항과 포항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썼다"며 "해외도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과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이 콘크리트를 썼다"고 밝혔다.
또 "국내 법규로나 ICAO 국제규정으로나, 로컬라이저를 '부러지기 쉽게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무안공항을 놓고는 활주로 길이가 2800m로 다른 공항보다 짧아 문제였다거나, 활주로 연장 공사 탓에 활주로 약 300m가 이용 불가능 상태였다는 등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활주로 길이는 대구공항(2755m), 청주공항(2744m) 등 다른 지방공항과 크게 차이가 없는 점이 반론으로 제기된다. 활주로 연장 공사 문제에 대해 국토부는 "기존 착륙겨냥 지점보다 앞쪽에 포인트를 지정해 계속 운영해 왔다"며 그 자체를 문제삼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