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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음성 재생 가능해져…내용 공개시점 관심(종합)

경제정책

    블랙박스 음성 재생 가능해져…내용 공개시점 관심(종합)

    [제주항공 참사]
    무안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조사 성과 나오기 시작
    조종사 음성·관제사 교신 등 증거 속속 확보…비행기록장치 해독은 미국서 진행
    국내 6개 항공사 동일기종 101대 점검조사 내일 완료
    전국 공항 로컬라이저 설치 형태 등 특별점검도 8일까지 진행키로

    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한 음성기록장치(CVR). 국토교통부 제공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한 음성기록장치(CVR). 국토교통부 제공
    전남 무안공항에서 179명 사망·2명 부상을 낳은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로 접어든 2일 오전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 잔해에서 습득한 블랙박스 중 조종석음성기록장치(CVR) 추출 데이터의 음성파일 전환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조위는 이날 오후부터는 당시 조종간에서 오간 대화를 직접 들으며 사고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는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부품이 손실된 채 발견된 비행기록장치(FDR)는 미국으로 보내 조사하기로 한 만큼, CVR 내용 공개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국토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조위는 CVR에서 추출한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금일 오전에 완료해 조사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부터는 "조사관들이 파일을 들어가면서 확인한 내용들과 이 사고 관련 자료를 함께 비교하면서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사조위는 참사 당일 저녁 현장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해 이튿날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했다. 이후 세척과 데이터 추출을 거쳐 전날 음성파일 전환작업에 착수했는데, 당초 이틀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전환 작업이 하루 반나절 정도 만에 끝난 것이다. 복원된 음성기록은 사고 직전 2시간 분량이 모두 확보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대중적 관심이 높은 만큼 내용 공개시점에 관심이 쏠리지만, 늦어질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측 예상이다.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은 브리핑이 이후 '내용 일부라도 사전 공개가 이뤄질지'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중요한 조사 대상이라 부분적인 내용을 먼저 공개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음성기록과 함께 당시 정황을 재현할 중요한 단서로는 FDR과 당일 관제사와의 교신 내용이 있다. 국토부는 8시 59분 기장이 "메이데이(긴급조난요청)"를 선언하고,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사실 알림), 고잉 어라운드(복행 신호)"를 외친 것을 끝으로 구체적인 추가 교신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시 근무 중이던 관제사 2명 모두 교신에 관여했다고 유 정책관은 전했다.

    FDR 조사 착수 시점에 대해 주 실장은 "파손된 FDR은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이송 일정이 협의되는 즉시, 사조위측 조사관을 파견해 자료분석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FDR 해독 예상기간의 경우 "얼마나 걸릴지 단정하지 못한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추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체 결함 시 제조사 책임 범위를 다투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보잉사 제조국인 미 당국에 조사를 의뢰해 편향된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주 실장은 "사조위 조사관이 함께 조사하게 된다"며 "편향된 결과를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블랙박스 분석국가를 미국(NTSB)으로 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유 정책관은 "과거에도 몇 차례 협력한 사례가 있고, 현재 가장 기술력이 우수하다"며 "NTSB에 의뢰하고 필요하면 제조사 협조도 받겠다"고 부연했다.

    증거수집 등 현장 조사와 관련해 주 실장은 "한·미 합동조사팀이 공항 내 임시본부를 마련하고 현장조사를 지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측은 사조위 조사관 12명이, 미국 측은 연방항공청(FAA) 소속 1명, NTSB 소속 3명, 보잉 소속 6명으로 양측 모두 2명이 추가됐다. 현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는 전문조사관 9명과 그밖에 일반조사관들이 있으며, 주 실장도 상임위원에 포함돼 있다.  

    다만 아직 현장에서 엔진 수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 실장은 관련 질의에 "현장에서 여러 자료를 수집 중인데, 엔진 수거를 언제 할지는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면서 "자료 수집하는 순서에 맞게끔 진행될 걸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일 오전 5시까지인 무안공항 폐쇄 조치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주 실장은 "일단은 철저한 조사가 우선"이라며 "조사에 필요한 자료수집이 우선이기 때문에 자료수집 시간과 연계해 공항 폐쇄나 재개항 부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조위의 사고 원인 조사와 별개로, 국토부가 국내 6개 항공사 보잉 737-800 기종 101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안전점검 전수조사가 오는 3일 완료된다. 이번 사고기인 제주항공 2216편과 동일 기종으로, △제주항공이 39대 △티웨이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가 운용되고 있다. 국토부는 일단 조사를 마치고 결과 발표 시점 등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한다는 계획이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난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난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
    아울러, 이번 사고가 대형 참사로 번진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되는 로컬라이저(착륙유도시설)의 국내 다른 공항 설치 형태 등 현황에 대해 국토부는 이날부터 항행안전시설 점검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오는 8일까지 이뤄질 계획인 만큼 그간 제기된 규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조사 이후 명확한 입장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로컬라이저 둔덕의 발주처는 한국공항공사, 승인처는 부산지방항공청이다.

    무안항공의 로컬라이저는 19방향 활주로 끝에서 264m 떨어진 지점에 2m 높이 둔덕 위에 설치된 형태다. 흙더미로 덮인 둔덕 안에는 10여 개의 콘크리트 지지대가 기둥처럼 세워져 있고, 둔덕 위에는 지난해 보강공사로 콘크리트 상판이 한차례 더 덮여 있다. 사고 초기 지역 주민이 촬영해 공개된 영상에서 사고기는 활주로 중간지점에 동체착륙해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가다 이 둔덕에 부딪힌 뒤 굉음을 내며 폭파됐다. MBC는 전날 보도에서 둔덕 안의 콘크리트 지지대가 "폭 30cm, 높이 1.65m 가로 폭 2.3m의 기둥 19개로 이뤄져 로컬라이저는 확실히 고정됐지만, 콘크리트 둔덕은 장벽처럼 단단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기준 사망자 179명 전원의 신원확인이 완료(지문147, DNA32)돼 현재 임시안치소에 155명이 안치 중이며, 장례식장으로 총 24명 이송을 완료했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생존자 2명 중 1명은 중환자실에서, 다른 1명은 일반병실에서 골절 등 치료를 받고 있다고 유 정책관은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공항 착륙 중 사고를 당한 해당 항공기에는 승무원 6명과 승객 175명 총 181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중 기체 후미에 탑승했던 남성 승무원 1명과 여성 승무원 1명이 생존해 구조됐다.

    CBS노컷뉴스는 '제주항공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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