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군 당국은 평양 무인기 사건과 대북전단 살포에 군이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던 두 사건은, 비상계엄 명분으로 '북풍 공작'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이 발견되면서 또 다시 의혹에 휩싸였다.
안보 당국이 특정 사안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입장을 취할 때는 통상 사실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다.
물론 국가안보실은 3일 '안보실이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직접 지시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가짜뉴스라며 이들을 고발 조치했다. 하지만 정작 국방부와 합참은 여전히 "확인해줄 수 없다"며 결이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합참은 전날 언론의 잇단 질문에 "군이 적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한 활동(대북전단 살포)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목적이나마 대북전단 살포가 있었는지 여부에는 다시 NCND로 일관했다.
내란 계기로 '북풍' 의혹 증폭…평양 무인기 등에 'NCND' 일관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더 뚜렷해진 북풍 공작 정황은 그 과정에서 설령 우리의 치부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여력이 없었는지 평소와 달리 행동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작은 불씨만 튕겼어도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뻔했다.
가뜩이나 취약한 한반도 평화 구조를 재확인함과 동시에.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영원히 경종을 울려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일의 순서로 볼 때 당장은 불법 비상계엄으로 내란을 획책한 책임자들을 처단하는 게 우선일 수밖에 없다.
내란 사태‧북풍 공작 철저한 규명 필요…한반도 안정적 관리도 중요
이런 가운데 내란 사태 여파에도 위태롭게나마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는 것은 또 다른 절박한 과제로 남는다.
외환위기가 거론될 만큼 경제 체력이 허약해지고 국가 신인도가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대외 불안요인까지 겹쳐지면 그야 말로 내우외환이 아닐 수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내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변수나 대외 변수가 더 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관리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대행체제라는 한계가 있지만 어찌됐든 우발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내내 이어진 강경 기조로 남북 대치는 역대급으로 첨예해졌지만 그나마 최근 한 달 넘게 북한이 잠잠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례로 북한은 지난해 5월말 이후 11월 28일까지 32차례에 걸쳐 오물풍선 7천여개를 살포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을 전후한 시점부터 지금까지는 바람 방향이 유리함에도 대남풍선은 관측되지 않았다.
사실 이는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가 남측의 대북전단 때문임을 주장해온 것으로 미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북전단 단체들은 12.3 이후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고 정부 요청을 수용해 전단 살포를 자제하고 있다.
"오물풍선 감소와 연동해 대북심리전 조정 필요"…접경지역 고통도 가중
북한이 남측에 날려보낸 오물풍선. 합동참모본부 제공
다만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남북 간 확성기 방송 심리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불안 요소로 남아있다. 합참 관계자는 "송출 횟수나 시간 등에서 이전과 변함없이 똑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은 확성기 성능이나 방송 내용 등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괴성이나 비명소리 같은 방송으로 응수하고 있어 접경지역 주민과 장병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해 첫날인 1일 경기도 김포의 해병대 2사단 경계지역을 찾아 북한의 대남확성기방송을 듣고 장병들의 트라우마를 걱정했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안보 전문가는 "북한이 어쨌든 오물풍선 살포를 줄인 만큼 이것과 연동해 대북확성기방송도 조정하는 식으로 차제에 긴장도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국가안보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사실상 사라지고 국방부는 대행체제이다 보니 뭘 해도 정치적 오해를 받을 것 같아 움직이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