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랠리'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가상자산 친화 정책이 그 이유로 풀이된다.
당초 가상자산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당선인이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국내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상단이 7만달러선인 박스권에 갇혀 있던 비트코인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해 11월 5일 처음으로 7만 4천달러 고지에 올랐다.
비트코인은 대선 한 달 만인 12월 5일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고점을 10만 8천달러까지 올린 비트코인은 최근 9만달러와 10만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랠리'로 불리는 상승세는 시장이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트럼프의 당선을 호재로 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 홍성욱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로 건설적인 프로젝트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할 것이며 시장의 시선도 이러한 프로젝트들로 이동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로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산업 개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 전 트럼프 당선인은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서 2019년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평가하며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이 매우 심하고 기반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며 "미국을 자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 "남은 모든 비트코인이 미국에서 채굴되길 바란다" 등 발언으로 비트코인 산업의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그 배경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달러의 가치를 지켜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키움증권 심수빈 연구원은 "최근 금융시장 내 새로운 기술의 활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했을 때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면 달러 패권 유지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긍정적인 정책 스탠스를 내놓은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달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심 에너지인 원유를 거래하는 유일한 지급결제 수단(기축통화)이 됐다.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다.
이 체제에 따라 미국은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달러가 항상 대외로 유출돼 만성적인 '경상적자'에 시달린다. 경상흑자를 노리고 달러 공급을 줄인다면 전 세계 경제가 '외환위기'에 빠질 우려가 커진다.
즉 달러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동시에 달러 가치를 높일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달러 결제 비중은 88%에 달하지만, 전 세계 대비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비중은 2001년 31.2%에서 2023년 26.2%까지 내려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손잡고 원유 대금 결제에 위안화 사용을 추진하며 '페트로 달러' 체제에 균열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자산을 활용해 '페트로 달러' 체제 지키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핵심은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증권 박수연 연구원은 "각 국가의 전략적 자산에 비트코인이 포함되면 미국이 달러 발권 없이 유동성이 늘어날 수 있다"며 "기존에 달러로 보유하던 자산의 일부가 비트코인으로 대체되며 시장에 공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달러 가치를 위해 추진하는 또 다른 가상자산 정책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완화가 꼽힌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초자산인 현물이나 현금을 1대 1 비율로 보유해야 하는 자상자산이다. 향후 지급 결제 수단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에서 미 국채 등 달러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8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트럼프 당선인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확대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한국도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할 법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 등 1단계 입법에 이어 2단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선임연구위원은 "자상자산 2단계 입법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런 정책은 국내 지급결제 시스템의 혁신과 국제 경쟁력 강화는 물론, 원화 통화주권 유지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