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샤오미코리아 법인 설립 후 첫 기자간담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스마트폰 샤오미 14T가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가격을 공개하겠습니다. 512GB 모델을 기준으로 64만9800원입니다"
지난 15일 샤오미코리아의 첫 기자간담회에서 샤오미 스마트폰 14T의 가격이 공개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무려 삼성의 가장 최신 모델인 갤럭시 S24와 애플 아이폰16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그 뒤로도 로봇 청소기, TV, 스마트워치의 가격을 발표할 때마다 박수가 나왔다. 이날 공개한 제품 중 TV를 제외하고 100만원을 넘는 제품은 없었다.
새해벽두부터 예고된 '차이나테크'의 신호탄이 울렸다.
(참고기사: 새해벽두부터 시작된 '中테크' 韓 공습 거세진다) 저렴한 가격으로만 잘 알려진 글로벌 3위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성능을 높인 스마트폰과 더불어 다양한 신제품을 들고 한국에 상륙하면서, 업계에서도 다양한 전망과 분석을 내놓고 있다.
'라이카' 붙은 샤오미, "카메라 성능 좋아"
샤오미가 이날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은 스마트폰 14T 모델에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빨간 콩'으로도 알려진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Leica)'와 3년 간 협력해 개발한 광학렌즈가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라이카 DSLR 카메라들과 성능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렴한 모델이 200만 원, 고급 모델은 1000만원을 호가하는 라이카의 렌즈를 64만9800원에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행사장에서 14T로 사진을 찍어보니, 렌즈의 빛 표현력이 탁월하다고 느껴졌다. 빛이 사방으로 번지는 천장의 샹들리에 조명이 말끔하게 표현됐다. 촬영 모드도 인물 모드 중에 '마스터 인물 모드'와 '라이카 인물 사진'을 별도로 고를 수도 있었다.
특히 후면 카메라에 새겨진 'Lieca'라는 글자에서 카메라에 대한 샤오미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샤오미의 한국 진출에 관계 기업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날 행사장엔 '카메라 렌즈 동맹' 라이카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구글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구글과 손을 잡은 샤오미는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써클투서치(Circle to Search)'와 '제미나이'를 경험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제 공식 통신3사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샤오미의 '레드a 노트 14프로' 모델을 홍보하기 위해, 통신사 관계자들도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당장 반짝이는 관심일 것" vs "국내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 영향"
샤오미의 공식 상륙에 업계의 평가는 다양하다.
특히 스마트폰 출시를 두고 "지금은 관심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샤오미가 한국에서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외산폰 무덤'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인기를 얻었던 대만의 'HTC'와 미국의 '모토로라'도 끝내 애플과 삼성의 양대산맥을 넘지 못하고 돌아섰다.
샤오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능과 가격을 모두 갖춘 샤오미가 날로 가격이 천정부지를 찍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지평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출시된 단말기에 거품이 껴 있다는 점은 지켜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며 "삼성과 애플도 언제까지 200만원 선까지 가는 제품들을 내놓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샤오미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80%, 애플이 19%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제품의 성능과 가격만으로 뛰어넘기에는 샤오미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큰 벽으로 작용한다. 일부 스마트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은행 애플리케이션과 AI 녹음 기능을 중국 제품으로 사용하기엔 불안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샤오미도 이를 갈았다. 정보 유출, AS(After Service) 미흡 등 샤오미의 부정적 이미지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키코 송 샤오미 동아시아 마케팅 총괄은 "스마트폰 정보 클라우드 저장 전에 식별화 과정 거친다"며 "샤오미 해외 서버는 유럽과 싱가포르에 있어 중국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조니 우 샤오미코리아 회장은 AS에 대해 "공식 판매 채널을 통해 구매한 제품은 3년 간 품질 보증 서비스를 실시할 것"이라며 "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테크공습'…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
연합뉴스새해 벽두부터 한국에 올인한 중국 기업은 샤오미 뿐만이 아니다. 중국 1위 전기차 기업 BYD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에 진출했다. (참고기사: 中 전기차 '공룡' BYD, 한국 상륙…3천만원대 저가로 승부수) 글로벌 시장에서 무섭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BYD가 한국 전기차 시장의 캐즘을 파고든 것이다.
중국 시장을 잘 아는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어려워진 내수시장과 미국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해외 시장 물색에 나섰다"며 "유럽과 아프리카에 이어 또 다른 진출의 교두보로 한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소비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신제품의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샤오미코리아 직원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중국발 '테크 공습'을 두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숙명을 걸고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의 '패기'를 국내 기업들이 결코 가볍게만 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