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구속 후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관해 여권 일각에서 '성전(聖戰)', '십자군' 등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파문이 일자 발언 당사자인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뒤늦게 "옹호할 생각은 없다"며 서둘러 말을 주워 담았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고 난동자들을 옹호했다.
이어 "그 성전의 상대방은 당연 '반국가세력'의 괴수 이재명"이라며 "윤 대통령의 승리를 진심으로 바란다. 함께 거병한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지지자들을 중세 십자군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해당 글이 폭력 사태를 일으킨 시위대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일자 김 전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과 뜻을 함께하며 지지하고 도움을 준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적은 것일 뿐이다. 폭력사태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십자군 거병 부분은 페이스북에서 삭제된 상태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안팎에선 시위대의 집단행동에 기름을 붓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서부지법 앞에서 시위대 일부가 법원 담을 넘다 경찰에 체포되자 "(담을 넘다 연행된 이들이) 아마 곧 훈방될 것으로 본다"며 애국시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체포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무료로 변론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서울 동화면세점 인근 세종대로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광화문 집회에서 "국민 저항권이 발동된 상태"라며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 윤 대통령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구치소에 구금된 윤 대통령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선동성 발언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는 무죄추정과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한 법 형평성을 무너뜨렸다. 이재명 대표도 혐의가 확인되면 똑같이 구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권 안팎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국민의힘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정치 폭력·테러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백골단을 국회로 끌어들이고, 국민 저항권을 운운하며 구치소에 가서 대통령을 모시고 나와야 한다고 선동했던 사람들도 있다"라며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폭동 사태를 야기한 원인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