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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MB 닮은 실용주의? 중도 겨냥한 이재명의 '우클릭'

    기존 노선 완전 탈피는 아니다

    지난해 8월 '기본사회'에서 변화…"지금은 나누기보다 만들기 중요"
    '흑묘백묘론' 연일 강조하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
    다만 "부당한 이익 얻고 있다면 빼앗아야"…기존 노선 완전 탈피는 아냐
    최근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까지 발의하며 매우 강조…안보불안 불식 행보
    민주, '한미의원연맹' 초당적 출범 추진…"공화당 영 킴도 주도하겠다고 말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연휴 직전 기자회견에서 '최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내보이면서도 '우클릭' 느낌이 짙은 메시지를 여럿 제시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 성장', '자본시장 선진화', '신성장 동력 창출', '세일즈 외교' 등 경제 이슈를 주로 강조했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의 당 지지율 하락세 등을 의식,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해 '실용주의'와 '외교안보'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연일 '흑묘백묘론' 꺼낸 이재명…'경제' 이슈 주로 부각한 기자회견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기본사회 실현' 공약 관련 질문에 "세상에 해야 할 일은 산더미같이 많고 어떤 것은 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어떤 것을 더 우선할지의 문제"라며 "국민의 삶이 어렵고, 경제적 토대가 훼손됐다.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 가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 강령에 반영했던 본인의 핵심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 조정'까지 시사한 셈이다. 

    이는 한국 정치 스펙트럼상 민주당이 일단은 진보정당으로 분류되는데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강조해온 이 대표의 핵심 노선이 기본소득 등 '분배' 위주였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는 전날 민주당 대표실에 걸린 슬로건 논란과 관련해서도 "쥐만 잘 잡으면 되지 그것이 흰 고양이든, 까만 고양이든, 회색 고양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며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꺼내들기도 했다.

    '회복과 성장, 다시 大한민국'이라는 해당 슬로건이 윤석열 정부의 슬로건인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와 유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흑묘백묘론'을 또다시 언급하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진영 스펙트럼상으로는 정반대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용주의'와도 유사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질문엔 "비정상을 정상화로 만드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비정상 속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면 빼앗아야 한다"며 "기업을 지원해야 하지만, 부당행위를 지원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과거 경제적 정의 등 진보적 가치를 강조해 오던 본인의 노선을 완전히 탈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며 달라진 인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기 대선·당 지지율·국제정세 등 다각도 고려 해석 나와…'외교안보' 행보 강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대표의 '우클릭'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과 비슷하거나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한 행보이기도 하다.

    여러 선거에서 본인의 '비호감' 이미지가 발목을 잡았던 만큼, 중도 확장을 통해 이를 해소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한미관계를 매우 강조하면서 '외교안보'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최근 이재명 체제 민주당의 특징이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전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진영,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진영과 다른 진영과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며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으로부터 큰 도움과 지원을 받았고, 그 속에서 성장했기에 오늘이라도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적 흐름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가야 할 길이라고 본다"며 "민주당의 전통적인 입장이기도 하며, 한미동맹 강화는 색다른 입장이 아니다"고도 강조했다. 

    '안보는 보수정당'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에도 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의원들의 보고를 들은 뒤 "국제외교안보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상황이 된 것 같은데, 이럴 때일수록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방식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불안정성의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합리적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한반도 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외교안보적 노력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전날 그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80여명이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발의한 것과도 이어지는 행보다. 민주당은 이날 박찬대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조경태·민주당 정동영 공동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의원연맹 창립추진위원회를 열기도 했다.

    관련해서 방미단 소속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 킴 공화당 연방하원의원(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이 '한국에 초당적(bipartisan) 한미의원연맹 모임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자신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며 "'미 의회 내에서도 예산을 지원하는 한미의원연맹이든 협회든 단체들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12.3 내란 사태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안정시키고 국민의힘을 포함해 미국과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것 또한 이 대표에 대한 안정적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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