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챗GPT에 이어 또 한 번 'AI 쇼크'가 찾아왔습니다. 중국의 퀀트 헤지펀드인 하이 플라이어(High Flyer)가 만든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에서 개발한 'R1' 때문인데요.
딥시크의 R1은 오픈AI의 챗GPT 최신 버전과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훈련비용은 90%에 불과합니다. 딥시크는 훈련 비용이 600만달러(약 87억원)라고 밝혔습니다. 오픈AI를 비롯해 빅테크가 AI 개발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인 'H100'를 활용한 것과 달리, 딥시크는 상대적으로 저성능 반도체인 'H800'을 사용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AI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AI 버블'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성비 넘치는 새로운 AI의 등장과 특히 '오픈 소스'로 모든 것을 공개해 버린 것이죠. 이제 빅테크가 독점하던 AI를 누구나 만드는 시대가 가능해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대규모 투자를 고집할 필요도 없고 미국만 AI시대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논리가 확대하며 24일과 27일(현지시간) 2거래일 만에 엔비디아 주가가 20%,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1% 각각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AI 경쟁시대'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딥시크가 오픈 소스로 공개했기 때문에 앞으로 저렴하고 효율적인 AI 개발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버를 이용하지 않고 스마트폰 같은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가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애플도 이 같은 이유로 27일~28일 2거래일 동안 주가가 7% 상승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김성환 연구원은 "1980년대만 해도 비싼 가격 때문에 PC는 대중화되지 못했지만, 지속적인 기술 혁신에 힘입어 단위당 가격이 파괴적으로 하락하자 1990년대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인터넷 혁명을 이끌었고, 스마트폰도 유사한 경로를 걸었다"면서 "결론적으로 AI가 폭발적으로 보급되는 대중화의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연합뉴스미국과 중국의 'AI 패권전쟁'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마치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이 냉전 시기 우주 개발 경쟁을 한 것처럼 말이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2029년까지 5천억달러(약 726조 5천억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이 프로젝트는 미국 AI 인프라 구축이 목표입니다. 앞서 중국도 5년간 AI 업계에 1조위안(약 2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죠.
또 딥시크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대상에서 제외된 장비(H800)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투자와 규제 모두를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증권 이종욱 연구원은 "강화해 온 규제 속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다양한 기법 또는 혁신을 통해 우수한 성능의 모델을 개발했다는 것은 미국 투자를 자극하게 만든다"면서 "딥시크를 통해 중국 AI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상 규제 범위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연합뉴스핵심은 AI 반도체 산업의 전망이죠. 아직은 엇갈린 반응이 나옵니다.
미국의 규제 확대는 분명 악재입니다. 한국의 국가별 반도체 수출 비중은 중국이 2020년 40%에서 지난해 33%로 줄었지만, 여전히 1위이기 때문입니다.
iM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장비의 판매를 향후 모두 금지하게 된다면, 엔비디아뿐 아니라 HBM을 공급해 온 한국 D램 업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수요를 자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딥시크가 보여준 것은 LLM(대규모 언어 모델)인데, 이는 AI의 여러 종류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오픈AI를 비롯한 많은 빅테크의 개발 목표는 AGI(일반 인공지능), 즉 인간 수준의 AI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이죠. 따라서 AI 반도체 수요는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NH투자증권 임지용 연구원은 "LLM은 AI 모델 중 하나일 뿐이며 딥시크 모델로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가 과도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AGI가 중요하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미국, 중국, 인도 등의 AI 투자가 AI 슈퍼 사이클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증권 이 연구원도 "AI 비용 축소가 구체화할 때마다 시장은 생태계의 추가 확산 가능성에 주목할 것"이라며 "AI 확산 가능성은 그간 침체했던 범용 수요에 새로운 기대감을 안겨다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