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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중소병원, 의료개혁 과정서 통폐합될 것…퇴출기준 필요"

"상당수 중소병원, 의료개혁 과정서 통폐합될 것…퇴출기준 필요"

보사연 '보건복지포럼' 게재된 올해 보건의료정책 전망·과제
"정부 계획대로 2차병원 정리 시 다수 병원 유형·기능 변화必"
"화상·수지접합·분만 등 필수科 중심 전문병원 지정 장려해야"
"중소병원 최소 자격 관리하는 기관 단위 성과평가 모형 도입해야"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지난해 2월 촉발된 의·정 갈등이 약 1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역 필수의료 확충'이란 의료개혁 취지를 살리려면 중소병원의 최소 자격을 관리하는 평가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선 2차 병원의 기능별 재편이 필수적인데, 상당수 중소병원은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전제했을 때다.
 
정부는 현재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 전환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연장선상에서, 종합병원의 포괄적 진료역량 정립과 더불어 관련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이 같은 내용의 '2025 보건의료정책 전망과 과제'가 게재된 '보건복지포럼 1월호(통권 제339호)'를 펴냈다.
 
△보건의료 △사회서비스 △소득보장 △인구정책 등 4가지 영역에 대한 전망과 주요 과제를 제시한 이번 간행물에서 강희정 보사연 보건정책연구실장은 보건의료 분야를 맡아, 올해 의료개혁 추진 전망과 후속 과제를 집중 분석했다.
 
우선 강 실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필수의료 공백이 심화됐고, 이로 인해 의사인력 부족과 지역 간 불균형 문제가 본격적 정책과제로 대두됐다고 봤다. 이에 정부가 작년 2월 초 '의대 2천 명 증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했으나 "근본적 해결책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는 진단이다.
 
단, 지역의료 강화는 '시대적 의제'로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소위 '빅5' 등 수도권 대형병원에 쏠려 온 기형적 의료전달체계 개혁은 올해에도 연속성을 갖고 지속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강 실장은 앞서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에서 상당한 규모의 병상구조 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진료권별로 역량 있는 종합병원·병원을 필수의료 특화 병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 등을 들어 "(정부) 계획에 따라 1741개 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최대 280개(70개 진료권 기준 최대 4개 적용 시)가 2차 병원으로 설정될 경우, 나머지 기관들은 기능 정립방향에 맞춰 유형과 기능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자발적 통폐합을 통해 병원의 규모와 기능을 변화시키거나 전문병원 지정을 받거나, 급성기 병상에서 회복기나 만성기 병상으로 이동하는 선택적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변화를 거부할 경우 "상대적으로 보상 수준에서 불리해지거나 지출의 적절성 측면에서 관리대상에 포함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추후 '지정기준 완화'를 통한 전문병원 확대도 추진될 거라고 봤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해소하고자 지난 2011년 이래 특정 진료과목 또는 질환 등에 대해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병원을 지정해왔음에도, 13년간 늘어난 전문병원은 10곳(99개→109개)에 불과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소재지도 서울과 경기, 부산, 대구 등 광역시에 몰려 있고, 분야도 관절·척추 등에 집중돼 있다는 점 또한 짚었다. 전문병원 지정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수익성 확대 기전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포럼에 게재된 '2025년 보건복지분야 정책전망과 과제' 중 발췌. 보사연 제공보건복지포럼에 게재된 '2025년 보건복지분야 정책전망과 과제' 중 발췌. 보사연 제공
강 실장은 "지역 의료전달체계에서 전문병원의 역할 확대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화상·수지접합·분만 등 필수진료과 중심으로 전문병원 지정을 장려하고, 지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병원 육성을 위한 지정 기준 합리화 방안이 동시에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소병원의 기능을 재정립하는 개혁 과정에서 '명확한 퇴출 기전'이 마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이 미비할 경우,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병원을 선택할 수 없는 환자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를 잃는 데 더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다.
 
강 실장은 "(중소)병원에 대해 최소 자격을 관리하는 기관 단위 성과평가 모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부적인 반영 요소로는 "입원서비스 제공 기관으로서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환자 안전과 의료 질 수준, 재원일수와 비용에 대한 효율성, 의료전달체계에서 요구되는 협력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병원의 인프라 구축 등"을 꼽았다.
 
또 "의료질 평가지원금이 의료법상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우수성 경쟁을 유도하는 평가 프로그램이라면 최소자격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은 최소 수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경증환자의 적정 의료기관 선택을 지원하고 '부적정 이용'을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9년 '평가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병원을 상대로 평가 모형을 시범 운영하려 했으나, 아직 구상이 구체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강 실장은 의료법상 병원이면서 병상규모가 작지 않은 의료기관들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중소병원 대상의 적정성·기능 평가가 꼭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정 대립 장기화를 두고는 양측이 절차적 투명성과 생산적 협의 과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실장은 "예상치 못한 상황은 정치적 관심과 상당한 규모의 재정투자를 이끌어 여러 혁신 사업들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면서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한시 운영으로 인한 단기간 성과 도출의 부담은 국민의 불편과 비용부담 증가에 대한 충분한 비판적 검토를 제한했을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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