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의 일반 접견이 가능해진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국민의힘이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는커녕 지도부까지 나서 밀착하는 모양새다.
애초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체포 시점엔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듯했지만, 다시 태세를 바꿔 3일 서울구치소를 직접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하기로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개인적 차원의 인간적인 도리'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 옹호에 나서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이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을 비호하는 행보 등 우경화된 모습을 보인 이후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강성 지지층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당내에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 당도 거리두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탄핵 반대' 노선에 찬성하는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당내 일각에선 이같은 행보가 조기 대선 정국에 가장 중요한 중도층 확장을 어렵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는 전혀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소장파 인물들의 입지는 더 쪼그라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尹관저 방문 않는다"던 與지도부 전격 구치소 접견…"우경화 가속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대위원장.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한다.
당 지도부는 당초 윤 대통령 체포 정국에도 윤 대통령 관저 앞을 방문하지 않고 거리를 둬왔지만 이번엔 "개인적인 인연으로 위로하는 차원"이라며 다소 선회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접견을 두고 정치권에선 당 지도부가 나서서 윤 대통령과 밀착하는 노선을 확실히 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전날 "개인적으로 면회 가려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며 추후 당내 의원들이 접견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당초 당내에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 당도 거리두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친윤' 지도부가 등장한 뒤 지지층이 결집하고 이들 대부분이 당의 '탄핵 반대' 노선에 찬성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앞서 한국갤럽 지난 달 21~23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8%로, 탄핵안 가결 직전인 지난해 12월 둘째 주(24%)보다 14%p 올랐다. 같은 기간 보수층 탄핵 반대 여론도 50%에서 70%로 급등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 절차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 윤 대통령 옹호 논리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특히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내란특검법' 국회 재의결을 앞두고 당은 '부결'을 자신하고 있다.
앞서 특검법에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던 '소신파' 안철수 의원마저도 "대통령이 기소된 만큼 특검이 불필요하다"는 무용론을 내비치면서 이탈표가 미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보류 권한쟁의심판을 두고도 여당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윤 대통령 옹호 논리를 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권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청구인이 '국회'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국회 의결 절차도 밟지 않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독단으로 제출했다"며 각하를 주장했다. 이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 측이 주장하는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당내 일각에선 조기대선이 가시화 되는데도 당이 강성 지지층에만 호소하는 것을 두고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발부한 걸 두고 '판사 쇼핑'을 했다고 비난한 것도 모자라, "사법부가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법원의 판단을 부정하는 듯한 지도부 언행들은 당이 극우화됐다는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이날 당내 소장파 의원 중 한 명인 초선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갑)은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 접견에 나서는 것을 두고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기 중에는 참모로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다가 대통령이 구속되고 나서야 새삼스럽게 인간적 도리를 다하기 위해 대통령을 만난다는 건 비겁하다"며 "대통령이 뜬금없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그 때문에 탄핵 당하는 과정에서 친윤이라는 분들은 무슨 일을 하셨느냐"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과거에 발목잡힐 게 아니라 미래를 향한 혁신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도 차단하며 지지층 결집만 집중…쪼그라든 소장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이었던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처럼 당이 '우클릭' 노선을 확실히 하는 건 탄핵 인용 때까지 지지층 결집을 최대한 노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중도층의 경우 대선 직전에만 손을 벌리면 된다는 안일한 판단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도 당 지도부는 '조기 대선'은 대통령의 파면이 전제 조건인 만큼 언급을 삼가는 등 거리두기를 하면서 동시에 탄핵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의 우경화가 계속될수록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소신파로 꼽히는 인물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조기 대선 정국에서도 등판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당심이 큰 영향을 미치는 대선 경선(당심50%, 민심50%인)에선 소신파가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의 경우 탄핵 인용 이후 60일 이내에 열려야 하기 때문에 룰 변경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속 그를 비호하는 행보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총선 때가 되어서야 민생 정책으로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중도층의 민심을 잡기 어렵다"며 "오히려 조기 대선 이후에도 '친윤'이 당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닥을 다지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CATI)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6.4%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