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 상용화까지 20년? 과학 커뮤니케이터 엑소의 전망은
◆윤지나 > 최근 뉴스부터 시작을 해볼까 해요. 젠슨 황에 이어서 저커버그까지 양자 컴퓨터에 억하심정이 있는 거 아닌가 싶은 얘기를 했어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려면 한 20년은 있어야 돼' 라고 말하면서 주가가 훅 꺾였어요. 어떻게 보세요?
◇엑소>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잘하고 있는 인공지능이나 반도체 그래픽 기술 이런 게 양자 컴퓨터에 시선이 쏠리면, 결국 집중도가 양자 컴퓨터로 쏠리고, 결국 집중도가 쏠린다는 거는 투자가 그쪽으로 갈 수도 있고 그렇죠 결과적으로 이거는 제로섬 게임인데 뭐 우리가 돈을 뺏기면 안 된다라는 입장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라는 주장도 있고요.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 양자 컴퓨터는 아직까지는 연구실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게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그런 상호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 이런 입장으로 CEO가 얘기한 거다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긴 해요. 근데 여기서도 지금 마크 저커버그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인터뷰에서 양자 컴퓨터 전문가는 아니지만 진정한 실용적인 패러다임이 되기까지는 아직 꽤 멀리 있다. 그러니까 저는 이 앞부분 내용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지나 > (저커버그 자신이)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라고 했던 부분.

◇엑소> 자기도 인정을 했거든요. 내가 양자 컴퓨터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직은 멀었다라고 말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왜냐하면 지금 현업에 종사하시는 양자 컴퓨터 관련 전공자 분들도 구체적으로 언제 될지 단언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발전되고 있다라는 걸 주장하고 있는데 여기에 그런 전공자가 아닌 분이 그럼에도 굉장히 파급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CEO급의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은 굉장히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잖아요. 그래서 그 발언이 좀 과하지 않았나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죽어있으면서 살아있는 고양이'가 양자컴의 능력
◆윤지나 > 양자 컴퓨터에 좀 좁혀 가지고 질문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엄청 빠르고 좋은 것 같다, 그리고 AI나 반도체와는 다른 차원의 어떤 기술이며 어떻게 보면 이들과 지금 단계에서는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경합하는 기술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원리가 뭔지, 어떻게 작동하길래 그런 건지?
◇엑소 > 우리가 테니스 공을 벽에 던진다고 상상을 한번 해보세요. 그러면 당연히 벽에 맞고 다시 돌아오겠죠. 근데 이 공의 스케일을 조금씩 줄여서 탱탱볼이나 구슬 크기 심지어 이제 쌀알 같은 걸 벽에 던져도 결국 벽에 맞고 튕겨져 나오잖아요. 근데 이거를 계속 작게 작게 쪼개서 던지다 보면 결국 이 모든 것들을 구성하는 원자라는 작은 알갱이가 나오거든요. 그럼 이런 원자 레벨 안에 있는 이 원자보다 더 작은 양성자 전자 같은 것들이 모여서 원자가 되거든요. 근데 이런 작은 알갱이까지 가면 굉장히 신기한 일이 벌어져요.
◆윤지나 > 여기서부터 양자 영역.

◇엑소 > 이런 녀석들을 벽에 던지면 정말 신기하게도 이런 녀석들이 모여서 테니스공이 되고 탱탱볼이 되고 쌀알이 되고 우리가 되는 거거든요. 결국 우리랑 별반 다를 게 없는 입자들인데 이런 작은 레벨을 벽에 던지면 벽에 맞고 튕겨져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벽을 그냥 통과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는 거예요. 마치 해리포터의 9와 4분의 3 승강장처럼 벽을 그냥 뚫어버린다는 거예요. 이걸 이제 전문적인 용어로 '양자 터널링 효과'라고 그러는데요. 실제 이제 삼성이나 이런 반도체 공정에서 이 양자 터널의 효과 때문에 애를 많이 먹어요. 이 전자가 이렇게 특정 회로를 따라 흘러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정이 가능한데 그 벽 사이를 이렇게 에너지 장벽을 딱 원하는 대로 가야 되는데 벽을 뚫고 가버리니까요.
◆윤지나 > 통제가 안 되는 어떤 수준의 작은 입자, 라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작은 알갱이가 되면 벽을 뚫는 걸까.
◇엑소 > 제가 방에서 소리를 지르면 벽이 가로막고 있어도 반대편 방에서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뿐만 아니라 우리가 벽이 막고 있어도 거실에 와이파이 설치하면은 이 와이파이를 통해서 여러 방에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인터넷을 할 수 있잖아요. 결국 제가 말씀드린 목소리나 아니면 와이파이 이런 것들은 파동이에요.
◆윤지나 > 파동 중요한 개념이군요.
◇엑소 > 파동은 벽을 통과하죠. 근데 우리 같은 입자 알갱이들은 벽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근데 작은 알갱이들은 아까 벽을 통과했다고 그랬잖아요. 그럼 얘는 입자로 계속 존재하는 걸까요?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파동처럼 행동하는 걸까요? 파동 형태로 존재할 확률이 높은 아이들 그런 애들이 이제 양자라고 볼 수 있는 거고요.
◆윤지나 > 지금 말씀하신 것 중에 확률로 존재할 수 있는 거다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러면은 걔가 확률로서 존재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건가요?
◇엑소 > 그렇죠. 우리가 공을 던지면 한 사람만 받을 수 있잖아요. 제 목소리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듣고 또 와이파이는 동시에 여러 사람이 쓸 수 있잖아요. 즉 이 파동 상태라는 건 동시에 여러 곳에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라는 거거든요. 그러면 이런 걸 이제 중첩이라는 단어로 표현을 해요. 이런 중첩이라는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해서 만든 게 양자 컴퓨터예요.

◆윤지나 >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을 수 있는 그리고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그것을 보려고 시도했을 때 시점에만 알 수 있는 양자의 특성.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그 설명을 많이 하더라고요.
◇엑소 > 원래는 슈뢰딩거가 중첩 개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하면서 '그럼 고양이가 죽어있으면서 살아있는 상태라는 거냐' 라는 사고실험을 한 건데, 이게 오히려 역설적으로 굉장히 이런 양자학의 현상, 모든 입자는 파동성을 띨 수 있다, 고양이조차도 죽은 상태랑 살아 있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중첩 상태를 굉장히 잘 설명해주게 됐습니다.
◆윤지나 > 그러면 그런 양자의 성질 그리고 그것을 활용한 컴퓨터는?
◇엑소 > 파동 상태가 됐다, 양자 상태라는 거는 동시에 제 목소리를 여기 진행자분도 들을 수 있고 건너 편에 계신 다른 분도 들을 수 있다는 거잖아요. 공을 하나를 던졌는데 100명이 받을 수 있다라는 것과 똑같은 거거든요. 고전 컴퓨터를 여기 비유하면, 공을 던지는 한 명이 100명 중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100번 공을 일일이 던질 때 양자 컴퓨터는 한 번에 동시에 줄 수 있는거죠. 우리가 학창 시절에 0000부터 9999까지 이렇게 맞추는 거는 자물쇠 하는 게 있지 않습니까? 기존의 고정 컴퓨터 같은 경우는 공을 하나씩 던지는 것처럼 0000부터 9999까지 일일이 다 해봐야 해요. 만약 암호가 9782라면 9782번을 일일이 맞춰봐야 정답을 맞추는 거죠.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중첩 상태로, 즉 파동 상태로 있기 때문에 동시에 000부터 9999까지 한 번에 같이 해보고 그중에서 풀리는 게 뭔지 어떤 숫자인지 알 수 있어요.
◆윤지나 > 마블 영화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몇 만 개의 가능성을 계산해 봤는데 그중에 단 하나가 우리가 이기는 시나리오야!를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닥터 스트레인지가 했던 역할이 경우의 수 맞추기였군요.
◇엑소 > 중첩 상태로 모든 우주를 본 거죠.
양자컴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 '중첩' 상태 유지가 핵심
◆윤지나 > 구글이 윌로우 칩이라는 걸 지난해 말에 보여줬는데 이게 오류를 줄이는 데 굉장히 노력을 했다. 그리고 속도도 빨라졌다. 우주보다도 긴 시간에 풀어야 할 일을 5분 만에 풀었다라는 그 카피가 굉장히 인상적이던데 양자컴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요.
◇엑소 > 중첩 상태를 잘 유지를 하는 게 되게 중요한 건데 양자 컴퓨터에서 동시에 중첩 상태를 유지시켜주려면 클수록 잘 부딪히니까 최대한 작은 입자를 써야하고, 이 입자들이 그 누구와도 상호작용 안 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돼요. 온도가 떨어질수록 주변의 입자들이 운동을 안 하니까 부딪히지 않도록 극저온을 만들어줘야 하고, 빛이라는 광자와 부딪히면 상호작용하니까 빛을 빼야 하고. 마찬가지 이유로 공기도 없는 상태로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 알갱이, 양자컴에서는 큐비트라고 하는 애를 중첩 상태로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이걸 병렬로 최대한 많이 연결을 해서 성능을 높이는 건 더 어려운 일이죠. 지금 천개까지 연결했다 이런 기업들이 나오는 상황이고요.
◆윤지나 > 그 조건을 만들기도 까다로운데 만약에 만들었다고 치면요. 그 천 개 중에 1개라도 기능을 못하면 천 개가 다 같이 망가지는 건가요. 유기적으로 다 연결된 건가요?
◇엑소 > 그렇죠. 다 무너지는 거죠. 그런 큐비트가 혼자 연산하는 게 아니고 100개면 동시에 100개들이 연산을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얘네들끼리 연결이 돼 있어요. 이걸 이제 '양자 얽힘'이라고 그러는데 예를 들어서 그런 거죠. 우리가 외줄 타기를 하는데 혼자 이렇게 외줄 타기 하는 것보다 거기에 막 한 10명 20명 100명이 있어요. 어렵죠. 근데 만약에 한 명이 이렇게 미끄러져서 넘어졌어요. 그러면 이게 줄이 흔들리면서 다 넘어지는 거잖아요. 그런 느낌의 상태가 중첩 상태를 유지하는 거고 그게 단순히 한 명 서 있는 것보다 점점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중첩 상태를 유지하는 게 힘들다. 근데 잘만 유지해 준다면 동시에 계산할 수 있는 그 확률이 이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거죠
◆윤지나 > 그 외줄에 많은 사람이 탈수록 할 수 있는 자들이 많아지니까 능력은 좋아지는데 대신 외줄 타기에 제대로 서 있어야 되는 게 굉장히 어렵다.

◇엑소 > 그래서 그 만들어진 환경이 결과적으로 극저온의 환경이고 그다음에 빛을 없애거나 또는 공기를 없애거나 그래서 양자 컴퓨터 자체는 되게 작아요. 손바닥만 한데 양자 칩은 그런 환경을 유지해 주는 그 장치가 엄청 커서 엄청 큰 대형 냉장고처럼 보여요. 마치 과자 한봉지에 트러플이 0.1% 들어있는 것 같죠. 지금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처럼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아요.
◆윤지나 > 다시 처음으로 질문으로 되돌아가서 궁금한 건 '언제 상용화될 것인가'입니다. 투자자들은 상용화가 됐을 때 수익이 난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젠슨황이나 마크저커버그는 좀 길게 보긴 했지만요.
◇엑소 > 완전히 상용화된 양자 컴퓨터가 나오는 시점을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10~20년 내에 특정 산업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요. 신약 개발, 금융 리스크 분석, 최적화 문제 해결 등의 분야에서는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한 성능을 발휘할 겁니다. 과거 AI나 유전자 가위 기술도 초창기에는 회의적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사회를 바꾸는 기술이 됐죠. 양자 컴퓨터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