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 관련 남은 의혹 사건들을 서울중앙지검이 맡게 되면서 향후 수사 칼 끝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남은만큼 소환 조사 가능성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이 키를 쥐게 된 배경에는 야당의 특검 추진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검 움직임에 검찰이 수사 의지를 보이며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시각과, 뒤늦게 속도를 내는 모양새를 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명태균 의혹' 사건을 수사한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전날 창원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 의혹 등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등 사건 관련자들을 추가 기소했다.
이어 사건 의혹 핵심인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과 여론조사 의혹 등에 대해선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겨 앞으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총 81차례(비공표 23회·공표 58회)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를 해줬고, 이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다는 게 골자다.
이 사건은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 31일 명씨가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과 통화한 녹음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 역시 이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론조사와 관련해선 △무상 여론조사 제공 의혹 △당내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 조작 의혹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등이 얽혀 있다.
무상 여론조사 제공 의혹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윤 대통령 부부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명씨가 비용을 받지 않고 무상 제공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검찰은 명씨가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통해 최소 4차례 이상 비공표 여론조사 파일을 윤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명씨가 김 여사에게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고 보냈고, 김 여사는 "넵"이라고 답했다.
여론조사 결과 조작 의혹은 명씨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해 윤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은 강혜경씨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불거진 내용이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을 오세훈 서울시장 후원자인 지인이 대납한 의혹, 홍준표 대구시장 측근이 홍 시장의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낸 의혹이다. 시민사회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오 시장과 홍 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그동안 국민의힘 중앙당사와 경남도청, 창원시청, 미래한국연구소 등 61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아울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와 윤상현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등 관련자 100여명도 소환해 조사를 이어왔다.
핵심 의혹 사건들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된 것에 대해 검찰은 지역이 감안됐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 사건 관련자 대부분 서울 등 창원 외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행위 지역도 주로 서울인 점 등을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류영주 기자서울중앙지검에서도 전담 수사팀은 유지된다. 창원지검 현 수사팀 12명 중 총괄팀장인 이지형 부산지검 2차장과 인훈 울산지검 형사5부장, 평검사 5명 등 7명이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소속으로 이동한다. 수사팀 중 나머지 5명은 창원지검에 남아 이미 기소한 사건의 공소 유지와 창원 지역 관련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맡으면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명씨와 수시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검찰은 디올백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과 관련 김 여사에게 서면조사와 제3의 장소 비공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번엔 소환 조사 가능성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경우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당장 조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불소추 특권이 적용된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이후에야 조사가 가능한 것이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이 있기 때문에 수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김 여사에 대해서는 왜 소환 조사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증거 분석이 끝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여러 가지 소환조사 등을 시도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명씨 측은 김 여사가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 개입한 의혹이 담긴 대화 내용을 추가로 공개한 상태다.
명씨 법률 대리인인 남상권 변호인이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 마지막 텔레그램 통화 48분'이라는 제목의 통화 복기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이 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검사는 현직 신분이던 지난해 1월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 나섰으나 컷오프(경선 배제)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 이송이 정치적 사안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명태균 특검법'에 속도를 내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검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수사 의지를 보였다는 시각과, 뒤늦게 수사 속도를 내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란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야권은 이달 안에 '명태균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내란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며 김건희 여사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연결고리가 줄줄이 확인되고 있다"며 명태균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명태균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향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 국면이 전개된다면 '명태균 리스크'를 고리로 차기 여권 대선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견제가 여권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