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 달 사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EU에 대한 관세 예고를 비롯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철강관세 등의 엄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관세부과를 말 하고 있지만 실제 이를 통해 얻으려는 건 해외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통해 미국을 제조업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中 관세 추가 예고…관세는 협상 무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현지시간)부터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달 초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또 다시 중국에 10% 관세를 더 매기겠다는 의도다.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하기로 한 25%의 관세도 예정대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가 4월 2일까지 유예 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다시 이달에 관세 부과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상호관세 부과 역시 관세율 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까지 비교하겠다고 하면서 상대국 입장에서는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다.
관세는 보통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인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협상용 공격 무기와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무역불균형 해소와 제조업 부흥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9,184억 달러로 최대 적자를 기록했는데 상품수지 적자 영향이 컸다. 서비스를 제외한 물건의 수입과 수출에 따른 상품 수지 적자는 1조2천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꿈꾸는 제조업 르네상스…"미국에 공장 짓고 일자리 만들라"
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공장 유치를 통해 반도체, 자동차,가전 등 제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무역적자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일자리를 가져온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 우리는 수천, 수만 개 기업과 수조 달러의 부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상당한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전략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미국 내 제조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일라이 릴리는 270억 달러(약 38조6천억원)를 투자해 5년 내 가동을 목표로 미국 내 4개 제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이달 12일부터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도 현지 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1기에도 2018년 2월부터 모든 수입 세탁기의 관세율을 50%로 높였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지었다.
관세는 피한다고 해도…美 공장 이전의 딜레마
기업들이 트럼프 관세 폭탄에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지 인건비와 건설비용 부담 등으로 마냥 플러스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또 미국 제조업 기반이 많이 무너진 상태기 때문에 부품 조달이나 제반 시설 확보도 쉽지 않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제조업 일자리 축소, 국내 투자 위축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짓는 것이다. 우리 땅에 공장을 짓는게 제일 좋다"며 "특히 첨단 제조업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도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가 국내에 창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이전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지 속에서 각 기업들은 처한 상황에 따라 손익계산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제조업이 다시 활성화 되려면 투자가 많아져야 되고 미국 내 인프라 구축도 많아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미국 내 제조 비용은 여전히 여러 국가에 비해 비용은 높긴 할 것"이라면서도 "수요 증가 전망은 그래도 여타 선진국, 일본이나 EU 대비 미국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할 경우 최신 기술에 대한 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 엔비디아, 구글, MS 등 큰 고객이 있어야 의미가 있고 그 기업의 협력을 받아서 연계 투자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