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나스닥 지수가 지난해 말 고점 대비 10% 하락하며 '조정장'에 돌입하는 등 미국 주식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미국 주식시장 영향으로 2500선에서 횡보하는 코스피가 수출 부진의 악재를 딛고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7% 상승한 2570.39로 장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중국‧EU(유럽연합)를 상대로 한 관세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28일부터 25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는 미국 주식시장 부진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스닥 지수가 지난해 말 2만에서 최근 1만 8천대까지 10% 하락하며 '조정장'에 진입하는 등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 신승진 투자정보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미국 증시에 피로감이 쌓이는 모습"이라며 "미국 관세 정책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때문이다. 실제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전망한 1분기 미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8%로 기존 3.8%에서 급락했다.
여기에 고용지표 둔화가 경기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2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15만 1천명 증가해 예상치인 16만명을 밑돌았다.
특히 2월 실업률이 4.13%로 집계돼 1월(4%)보다 상승했다. 일자리 부족으로 풀타임을 구하지 못한 파트타임 근로자와 구직 단념자를 포함한 광의의 실업률(U6)은 2021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8%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공무원 감축도 본격화해 실업률이 0.1~0.2%p 상승할 전망이다.
대신증권 이하연 연구원은 "민간기업 역시 인력 감축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 고용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가계대상 서베이 조사에서 이미 고용 여건 악화가 확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은 이 같은 상황을 재정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말 독일 조기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기민‧기사연합이 대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재정적자 규모를 GDP 대비 0.35% 이내로 제한한 '부채 브레이크'에서 GDP의 1%가 넘는 국방비 지출을 제외하고, 향후 10년 동안 5천억유로(약 786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하는 등의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DS투자증권 양해정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강화는 복지 국가를 지향하고 신재생 중심으로 경제를 돌아가게 하려던 유럽을 크게 깨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면서 "복지에 치중하다 보니 투자와 관련된 지출에 소홀했으나 이제 전환점을 맞이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제 성장 잠재력이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면서 유럽 주식시장도 상승세다. 독일 DAX 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17% 넘게 상승했고, 유로스톡스50 지수도 같은 기간 9% 넘게 올랐다.
시장의 관심은 올해 들어 7% 오른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쏠린다.
정치권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유럽과 같은 재정확대 대응 시점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둔화의 영향으로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최악은 아니지만, 수출 경기에 민감한 국내 주가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기 어렵다"면서 "2월 하루 평균 수출은 전년 대비 –5.5%로 국내 수출이 감소 국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허 연구원은 이어 "과거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바닥까지 6~7개월, 본격 회복까지 12~16개월 소요됐다"며 "심각한 경기 침체가 없다면, 빠르면 올해 여름 전후로 수출 감소가 최악을 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