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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과 승복' 오락가락 與…'정당 해산' 의식했나

불똥 튈라 선 긋지만…'이미 해산 요건 갖춰' 분석도

與지도부, 투톱 번갈아가며 '헌재 승복' 메시지 강조
"헌재 불공정" 지적하더니 사정 변경 없는데도 급선회
지지층은 '불복' 커져…의원들 "헌재 부숴" 선동하기도
폭동 사태 또다시 발생하면 '위헌정당해산' 가능성↑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재차 내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을 두고 '위헌정당해산'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헌재 불공정" 지적하던 與, '불복→승복' 급선회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지도부는 최근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지난 13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처음 밝혔고, 16일 권성동 원내대표도 별도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차 이를 공식화했다.

이후 권 원내대표는 "어떠한 형태가 되도 좋으니 여야가 함께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는 메시지를 내자"며 야당을 압박하는가 하면, 권 위원장도 야당이 명확하게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지도부 투톱이 돌아가면서 '승복'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그간 여당 지도부의 행보를 뜯어보면 이같은 기류 변화는 갑작스럽다. 매번 헌재의 불공정성을 지적해왔고, 소속 의원들이 "헌재를 때려 부수자", "헌재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등 불복성 발언을 이어갈 때도 방관하며 사실상 이를 용인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특히 권 원내대표는 직접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을 암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었다. 그는 지난 1월 공개석상에서 "헌법재판관의 남편이나 동생이 불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지위에 있다"며 "그런 재판관들이 탄핵 심판을 했을 때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당시 권 원내대표가 문제 삼은 지점은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동생이 민변 산하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남편은 탄핵소추 대리인단 김희수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등이었다.

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스스로 탄핵 심판 회피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재판관이 탄핵 심판에서 빠지거나 문제로 삼은 가족들이 소속을 옮기는 등 사정 변경이 없었다는 점이다. 권 원내대표가 주장해온 재판의 불공정성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최근 들어 갑자기 '승복'으로 입장이 바뀐 셈이다.

"헌재 부숴" 폭동 부추기는 의원들…與, 불똥 튈라 '선 긋기'

이같은 변화를 놓고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뒤늦게 '위헌정당해산'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탄핵이 인용된다면 강성 지지층들이 이에 불복해 지난 '서부지법 습격 사태'와 같이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반대 집회에서 반발이 일어나며 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엔 반발이 더 심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폭동 사태에 여당이 연루될 경우 정당 해산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 헌법 제8조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재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재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추경호 의원 등이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추경호 의원 등이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군다나 이미 여당 의원들이 거리에서 "공수처, 선관위, 헌재를 때려 부수자"(서천호), "헌재는 황소에 밟혀죽는 개구리 신세가 됐다"(장동혁), "독립군 선배들처럼 목숨 걸고 싸우자"(강명구), "탄핵심판이라는 불구덩이에 놓여 있는 대통령을 구출하자"(윤상현) 등의 과격 발언을 쏟아낸 상황이다.

혹여 폭동 사태가 발생한다면 당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도부 차원에서 미리 승복을 반복해서 언급하는 등 '선 긋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앞서 서부지법 사태에서도 윤상현 의원이 현장에서 '법원 월담' 행위에 대해 "곧 훈방될 것"이라고 법원 테러를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폭동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당도 법원 테러에 연루된 것 아니냐며 위헌정당해산 심판 대상이라는 공격을 받아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집회를 주관하는 것도 아니고 광장의 에너지를 당이 감당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도부가 왜 의원들을 가만 두는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운동장에서 흙먼지가 자욱한 상황과 같아서 주변 분별도 안되고 그냥 넘어가는 것도 많지만, 추후 가라앉고 나면 문제들이 하나둘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요건 갖췄다는 분석도…與 '정당해산' 언급에 예민 반응

김기현·나경원·추경호 등 당 소속 의원 30여명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김기현·나경원·추경호 등 당 소속 의원 30여명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일각에선 폭동 사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그간 국민의힘 행보만 따져보더라도 정당 해산 요건에 충분히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도부 차원에서 탄핵 선고를 기점으로 급선회하기 위해 승복 메시지를 강조하는 등 선을 그어보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금껏 군을 동원해 헌법 기관을 점거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행위를 옹호했고, 헌재와 법원의 권위를 흔들었다. '부정선거론' 등으로 대의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기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을 징계하는 등 출당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과격 발언을 일삼는 의원들에 대해서도 방관했다. 앞서 헌재는 통합진보당을 위헌 정당으로 해산할 당시 지도부가 내란 음모에 연루된 이석기 전 의원을 제명· 탈당시키지 않고 감싸고 돈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정당해산'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자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당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것도 아닌 개별 의원이 추진하는 것을 두고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에서 두 건의 '민주당 일당독재법'을 발의했다.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형이 확정되면 소속 정당이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법과 같은 사유로 소속 정당이 정당 해산 심판을 받는 법"이라며 "여당을 향해 내란 프레임 선동도 모자라 선거 출마를 금지하고 정당을 해산하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소한의 견제 세력을 제거하고 일당 독재를 하겠다는 무서운 야욕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이미 명태균 특검법으로 보수 세력을 무제한 수사해 초토화 계획을 선보인 데 이어 아예 해산시켜 궤멸시킬 음모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 마디로 북한식 독재"라고 비난했다.

전날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의 정당 해산 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활동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헌법적 폭거이며, 특정 정당을 강제적으로 정치 무대에서 제거하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정당 자체를 해산시키는 법안까지 준비하는 모습은 민주당의 조급함과 비이성적 행태를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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