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체되면서 여야가 선 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9일 최상목 권한대행을 향해 "몸조심 하라"고 하면서 여야 간 '극언 대결'은 정점에 달했다.
헌재 선고가 계속해서 지연되면서 느낀 예상 밖의 당혹감과 불안감이 여야 막말의 배경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여야 막말 대결은 이 대표가 19일 최 대행에 대해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직무 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길 바란다"하면서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 대표 특유의 날 선 반응이었다는 게 민주당내 평가다. 헌재 결정이 늦어지는 배경을 놓고 절차적 흠결에 따른 각하 가능성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며 불안감이 증폭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최 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6번 행사한 데 대한 못마땅한 심기도 더해진 상태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자격이 걸려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이달 26일 나오는 만큼 헌재가 정무적 고려를 하고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당선까지 9부 능선을 넘은 줄 알았는데 자꾸만 제동이 걸리는 것 같지 않겠나"라며 "이 대표가 아직 완숙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헛발질에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 공세 속에서 '전쟁의 언어'도 이어졌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20일 "이 대표 주변 인물들의 '연쇄 사망 사건'이 있었던 터라 농담으로 넘길 수 없는 섬뜩한 말"이라며 "내란 선동, 테러 조장 아닌가. 협박죄까지 저지른 이재명 대표야말로 '현행범 체포 1순위'"라고 몰아붙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민주당 이념은 '잘사니즘'이 아니라 사디즘(sadism·가학증)"이라고 가세했다. 당 지도부가 이 대표의 극언을 극언으로 맞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대표 관련 수사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사망한 것과 관련한 음모론까지 꺼내들었다.
음모론에 더해 이 대표의 막말 리스크를 다시 부각하면서 원초적인 비판도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마음이 조급해지니 형수에게 패륜적 막말을 쏟아내던 본성이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임이자 비대위원은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형수에게 쌍욕하고 막말해서 정말 저열한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국민 앞에서 대놓고 범죄 조폭 영화에서 나올법한 극언을 쏟아내며 강성 지지층에 물리적 공격을 부추기는 듯한 제1야당 대표의 모습을 보니 참 씁쓸하다"고 강조했다.
용인대 최창렬 특임교수는 "증오와 대립의 구도 속에서 정치인들도 생존하려면 막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며 "새로운 권력이 출범하면서 통합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