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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각하' 시나리오 짜면서도 내심 걱정하는 與, 왜?

'기각·각하' 시나리오 짜면서도 내심 걱정하는 與, 왜?

野 장외투쟁 격화+중도층도 거리 나설 가능성

수도권 기반 일부 의원들, '역풍' 우려 기류
尹 복귀시 당 지도부간 갈등 표면화 우려도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당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상황별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야당만큼이나 기각 또는 각하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기류가 읽힌다.

'내란 수괴' 혐의로 인해 대통령으로서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야권의 결집을 불러 일으켜 정국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기 전까지 헌재의 결론(인용·기각·각하)별 당의 대응 시나리오를 가장 활발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탄핵 '인용'보다 '기각·각하' 시 대응에 훨씬 무게를 둬왔다고 한다.

인용이 될 경우 자연스럽게 조기 대선 체제로 넘어가면 되는데, 기각 또는 각하 후 당이 직면할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설적으로 조기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참고할 모델이 있는 반면, 기각은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해서다.

가장 큰 문제는 찬탄 민심이 들끓을 수 있다는 점이 지목됐다. 당연히 인용 판결이 날 것이라 믿고 있었던 중도층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매주 발표되는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중도 성향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는 흐름이 유지돼왔다.
 
실제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당시 1차에서 부결되자 위기감을 느낀 시민들이 그 직후 주말에 국회의사당 앞으로 몰리면서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10만 명이 넘게 모인 바 있다. 이는 지금껏 반탄(탄핵 반대) 집회의 최대 규모인 3·1절 집회 인원의 약 두 배 가까이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선고가 나기 전인) 지금도 지도부가 앞장서서 장외 투쟁을 이끌고 있는데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다면 가만히 있겠나. 절대로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리의 세 대결이 더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텃밭인 대구·경북(TK)에 비해 중도 표심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 일부는 기각·각하의 '역풍'을 더 두려워하는 실정이다. 차라리 재선을 위해선 '탄핵 인용 → 조기 대선 패배 → 행정·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의 폭주 → 이를 발판 삼은 총선 승리'의 시나리오가 더 낫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당정 갈등이 표면화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금껏 당 지도부는 비상계엄 선포 자체에 대해선 분명히 '잘못'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국민 호소를 위한 계엄의 정당성을 역설해 온 윤 대통령의 주장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지도부는 헌재 앞 릴레이시위 등 장외 투쟁에도 적극 나서지 않고 선을 그었다. 강성 의원·지지자들의 불만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미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을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부터, 이른바 '쌍권'(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이 대선 후 당권이나 내년 지방선거 등에 더 마음을 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 복귀 시 용산발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구속과 석방을 계기로 용산에 대한 충성도가 판별되지 않았느냐"(당 관계자)는 것이다.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밀리면서 기대 섞인 각하론이 부상하는 한편, '대통령이 돌아와도 문제'라는 염려가 교차하는 이 상황이 당내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계엄에 부정적인 여권 대선주자들이 분화 움직임을 보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은 '탄핵 불가피'에 재차 힘을 실은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초보다 각하나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며 찬탄파 분류를 에둘러 부인했다.

다만 특위는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지난 1월 10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회의를 열고 당 차원의 대응전략을 논의해왔는데, 이달 4일부터는 소집되지 않고 있다. 특위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2월 말 이후로는 회의를 한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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