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선수들이 27일 정관장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KOVO프로배구 여자부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이 플레이오프(PO)에서 기사회생했다. 최고 세터 염혜선이 부상으로 빠진 정관장을 완파하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현대건설은 2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PO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0(25-20 25-17 25-22) 완승을 거뒀다. 25일 안방에서 당한 완패를 설욕했다.
3전 2승제 PO에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두 팀은 하루를 쉰 뒤 오는 29일 현대건설의 홈인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승자는 정규 리그 1위 흥국생명이 선착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해 우승을 놓고 다툰다.
이날 승부는 정관장의 세터에서 갈렸다. 경기 전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오늘 세터 염혜선이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차전에서 도진 오른 무릎 부상으로 염혜선은 이날 경기장에도 오지 못했다.
염혜선은 올 시즌 정규 리그 세트 1위(세트당 평균 11.21개)를 차지하는 등 정관장의 정규 리그 3위를 이끌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을 비롯해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과 감동의 4강 진출을 이끄는 등 한국 여자 배구를 대표하는 명세터였다.
고 감독은 "김채나와 안예림이 대신 출전한다"면서 "선수들에게 '부담 갖지 말고 혜선이가 했던 패턴을 잘 생각하면 하면 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나 봄 배구라는 큰 무대에서 베테랑의 공백은 컸다.
올 시즌 최고 세터로 꼽히는 정관장 염혜선. KOVO1세트 정관장은 공격수들과 세터 김채나, 임예림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현대걸설에 블로킹 4개를 허용하는 등 공격 루트가 읽혔다. 정관장이 자랑하는 쌍포 메가와 부키리치의 세트 공격 성공률은 각각 33.33%와 30.77%에 머물렀다.
2세트 전열을 정비한 정관장은 10 대 5까지 앞서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벼랑에 몰린 현대건설의 의지가 강했다. 양효진의 서브 에이스 등으로 14 대 13 역전을 만들며 승부를 접전으로 몰고 갔다.
여기에 여전히 김채나의 토스가 익숙하지 않은 듯 메가가 공격 범실을 범하면서 현대건설이 16 대 14로 앞서갔다. 여기에 모마의 서브가 네트를 맞고 득점으로 연결되는 행운까지 따라 현대건설이 2세트마저 손쉽게 이겼다. 모마는 2세트 60%의 공격 성공률이 7점을 퍼부었다.
현대건설은 여세를 몰아 3세트에도 정관장을 몰아붙였다. 주전 세터 김다인의 안정된 토스를 받은 모마는 강타와 연타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17 대 16에서는 미들 블로커 이다현이 부키리치의 오픈 강타를 블로킹했다.
정관장도 이선우의 서브와 부키리치의 강타를 앞세워 세트 후반 시소 게임을 벌였다. 그러나 모마가 승부처에서 거푸 공격을 성공시켜 승부를 매조졌다. 모마는 이날 양 팀 최다 24점을 쏟아부었고, 정지윤(11점)과 고예림(8점), 양효진(7점)도 거들었다.
이날 정관장은 부키리치가 팀 최다 18점, 메가가 15점을 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PO 키 플레이어 염혜선이 3차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 감독은 "그날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3차전에서는 염의 미소가 번질지, 염의 눈물이 얼룩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