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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피싱 당하셨어요" 친절한 택배기사가 피싱범이었다

검찰, 금감원 사칭 과감해진 범행…경찰 '특별경보' 발령


택배기사부터 검사, 금감원 직원까지 다양한 직업을 사칭하며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수법이 나날이 과감해지고 있다.
 
"카드 회사 사고예방팀 전화번호를 알려줄테니 전화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는 최근 신용카드가 발급되어 배송 중이라는 택배기사의 연락을 받았다.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는 A씨에게 택배기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다"고 말하며 '카드사 사고예방팀'이라며 전화번호 하나를 건넸다. 
 
통화버튼을 누른 A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카드사 직원이 아닌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A씨에게 "명의도용 신고를 하려면 방금 발송한 문자를 확인해 URL을 누르라"고 말했다.
 
이때 A씨의 휴대전화에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됐다. 이제 어떤 번호로 전화를 해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전화가 넘어가게 된다.
 
A씨는 금감원 직원, 검사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일당과 전화를 이어갔다. 한 조직원은 금감원 직원 행세를 하며 A씨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연루된 것 같으니 확인해보겠다"며 "수사요원에게 수표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수표를 건넸고 모두 13억 원이었다.
 
대담하게도 서울지검 검사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조직도 있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70대 남성 B씨는 최근 9억 원의 피해를 봤다. 보이스피싱 조직 일당은 본인들을 서울지검 검사와 금감원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B씨에게 "신분증이 노출되어 불법 사건에 연루되었다"며 "금감원이 가지고 있는 비밀 계좌에 돈을 보내면 수사 종결 후에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B씨는 16회에 걸쳐 3개의 계좌에 돈을 보냈다. 예금과 보험을 해지하고,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아 마련한 돈이었다. B씨의 인생은 송두리째 날아갔다.
 
광주경찰 형사기동대는 지난해 10월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할 통장 20여 개를 사들인 혐의로 통장모집책 조직원 27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20~30대에게 개인 통장을 100만 원에서 200만원 가량의 가격에 사들였다.
 
지난해 8월에는 22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다수의 통장에 여러 번 송금하며 세탁한 자금세탁조직 8명을 검거했다.
 
광주경찰은 2023년에 492명, 2024년에 549명의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을 검거했다. 대부분 수거책이나 통장모집책, 자금세탁조직이다. 광주 지역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3년 97억원에서 2024년 205억원으로 1년 사이 2배 가량 올랐다.
 
발생 건수는 2023년 367건에서 2024년 436건으로 유의미하게 오르지 않았으나 피해액만 2배 가량 뛴 것은 고액의 피해를 입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전남에서도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급증했다. 2023년에는 103억원이었으나 2024년에는 202억원을 기록했다.
 
악성앱 자동 추출 프로그램을 가동한 모습.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가동하면 악성앱 설치 여부를 팝업으로 안내해준다. 한아름 수습기자악성앱 자동 추출 프로그램을 가동한 모습.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가동하면 악성앱 설치 여부를 팝업으로 안내해준다. 한아름 수습기자
광주경찰청은 지난 26일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특별경보'를 발령하고 금융기관들과 함께 피싱범죄 예방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광주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500만 원 이상 현금을 인출하거나 수표를 발행하려는 경우, 만들어둔 금융사기 예방 진단표를 기준으로 결격사유를 판단해 경찰 신고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은행에서 500만 원 이상의 현금이나 수표를 인출하려는 고객이 있을 경우 112에 신고를 해달라고 금융기관에 요청했다.
 
은행에서 신고가 들어온 경우 경찰은 해당 고객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광주경찰은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휴대전화의 번호를 알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도 했다. 광주경찰은 악성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를 파악하면 해당 단말기의 주인을 찾아가 상황을 알린다.
 
QR코드를 인식해 악성앱 자동 추출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곧바로 악성앱이 설치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며 "카드 발급 관련 전화나 범죄 연루 전화가 오면 대응하지 말고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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