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특권인 '불소추특권'을 적용 받지 못한다.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는 영부인 지위를 상실했다. 임기 내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각종 의혹들을 일축하거나, 권력의 힘으로 방어해왔다. 하지만 자연인 신분이 되면서 더 이상의 회피가 불가능해졌다. 수사기관들의 분위기도 이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소추특권 사라진 尹, 추가 기소·수사 본격화될 듯
지난 4일 오전 11시 21분까지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 받았기 때문이다.
불소추특권이 사라지면서 추가 기소도 예상되고 있다. 특히 12·3 내란 사태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검찰, 경찰 등에 위법한 지시를 내린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새로 추가된 혐의를 근거로 검찰이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성격은 다르지만, 헌법재판소가 비상계엄 주요 쟁점에 대한 위헌·위법성을 모두 인정한 만큼, 검찰의 공소 유지와 추가 기소 등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관심이다. 경찰이 확보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는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한 상황이다.
경찰의 경우 대통령 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가 윤 전 대통령까지 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미 경찰은 '강경파'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윗선으로 윤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아울러 경찰은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비밀 대선캠프를 운영했다는 불법 선거캠프 운영 의혹 등도 수사하고 있다.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킨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공수처는 그동안 내란 사건에 집중하면서 채상병 수사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尹 부부'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김건희 관련 수사도 촉각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창원=류영주 기자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수사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불거진 '공천개입'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작년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여기에 명씨가 운영에 관여한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무상으로 제공 받았단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알려진 상황에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때문에 조만간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관련 의혹 상설특검 출범도 관심사다. 상설특검 수사 대상에는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등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순직해병 수사 당시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등이 포함돼 있다. 상설특검은 개별 특검법과 달리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해야 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지만,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더 이상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