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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김건희의 '센터 본능'

    지난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자리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지난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자리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
    내가 김건희 씨를 처음 (TV로) 본 때는 윤석열 씨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을 때였다.
     
    남성 고위 공직자가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때는 부인도 대개 함께 오는데, 김 씨의 그날 행동이 여느 동석 부인과는 달라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다.
     
    수여식에 온 부인들은 한복 차림에 올림머리를 한 채 남편 뒤 두서너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병풍'처럼 서있는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당시 '깻잎머리'에 짙은 색 치마 정장을 한 김 씨는 방송사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자 갑자기 윤 씨와 마주 서서 양복 앞깃을 여며 주었다.
     
    남다른 외모에 행동도 튀었으니 눈길은 윤 씨가 아니라 김 씨에게 쏠렸다.
     
    '보통 사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스쳐갔다.
     
    김 씨의 '센터 본능'을 다시 한번 느낀 때는 용산 대통령실이 배포했던 '김 여사 마포대교' 사진을 보고 나서였다.
     
    지난해 9월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비공개 일정으로 마포대교를 찾은 김건희씨. 대통령실 제공지난해 9월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비공개 일정으로 마포대교를 찾은 김건희씨. 대통령실 제공
    보통 기록 사진이나 보도 사진은 상황을 설명해 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인물을 좀처럼 부각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배경을 날리고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심도 얕은' 사진 촬영은 자제한다.
     
    하지만 용산 시절 김 씨의 사진은 소위 '렌즈를 당겨 찍어' 배경은 뿌옇게 처리하고 인물만 부각하거나 클로즈업 한 사진이 적지 않았다.
     
    이런 사진은 당연히 주인공이 김 씨가 된다.
     
    또한 객관적 설명이라는 공적 기능보다는 감성적 접근이라는 개인적 효능감이 앞설 수 밖에 없다.
     
    6일 김 씨가 포토라인 '센터'에 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번에는 본능이 아니라 특검의 소환에 응하기 위해 섰다. 김 씨는 센터에 서서 "저같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국민 여러분에 심려를 끼쳐 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녹취에 나타난 김 씨의 모습은 전혀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었다.
     
    녹취 속 김 씨의 말을 들어보면 힐러리 장관(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전 국무장관)이나 질 박사(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부인), 또는 미셸(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을 꿈꿨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나아가서는 국정의 막후 중심(센터) 역할까지 욕심 낸듯싶다.
     
    임기 내내 'V0'로 불렸지만 센터 본능에 비해 실력은 낮았고 신변 정리도, 공사 구분도 말끔하지 않았다.
     
    결국 정권 붕괴의 밑불이 됐고 전직 대통령 배우자로서는 처음으로 '공천 개입'과 '명품백 수수' 등 16가지 의혹 등으로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제 김 씨는 각종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선량한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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